어차피 신자유주의는 도박판이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한국 개인투자자들의 레버리지 ETF 투자 열풍을 지적하며 한국 증시가 마치 '카지노'처럼 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고위험 상품에 자금이 몰리고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자가 시장을 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평가는 다소 편견을 담고 있다. 한국의 모든 개인투자자를 투기꾼으로 일반화하는 것은 과도한 비약이다. 장기투자와 가치투자를 실천하는 투자자도 적지 않고, 변동성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 세계 주요 시장에서도 반복되는 현상이다. AI 열풍이나 기술주 쏠림 역시 글로벌 자본시장의 공통된 모습이다.
그렇다고 이코노미스트의 문제의식을 가볍게 넘길 수도 없다. 한국 증시만이 아니라 세계 금융시장 전체가 이미 오래전부터 생산보다 금융투기에 더 큰 보상을 주는 방향으로 움직여 왔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다. 당시 미국 월가는 실물경제와 동떨어진 부동산 파생상품을 끝없이 만들어냈다. 신용부도스와프(CDS), 주택저당증권(MBS), 부채담보부증권(CDO) 등 복잡한 금융상품은 위험을 분산시키기는커녕 전 세계 금융시스템을 하나의 거대한 폭탄으로 만들었다. 결국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을 계기로 세계 금융시장은 붕괴 직전까지 몰렸고, 그 대가는 평범한 시민들의 실업과 경기침체로 돌아왔다.
이 사건은 단순한 투자 실패가 아니었다. 금융이 실물경제를 지배하는 구조, 그리고 규제 완화를 앞세운 신자유주의 금융시스템이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를 드러낸 역사적 사건이었다. 이후에도 밈 주식 열풍, 가상자산 투기, 초고위험 레버리지 상품의 확산 등은 금융시장이 생산보다 투기에 더 큰 유인을 제공하는 구조적 문제를 보여주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 지점에서 많은 사람이 칼 마르크스를 다시 떠올린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가 내부의 모순을 끊임없이 확대하며 주기적인 위기를 반복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늘날 일부 학자들은 금융위기의 반복과 자산 양극화, 과잉 금융화(financialization)를 이러한 관점에서 해석한다. 반면 다른 학자들은 위기의 원인을 자본주의 자체보다 규제 실패, 통화정바카라, 제도 설계의 문제에서 찾는다. 즉, 2008년 위기가 마르크스의 이론을 '증명했다'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그의 문제 제기가 다시 주목받는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하다.
한국 개인투자자를 '도박꾼'이라고 낙인찍는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질문해야 할 것은 왜 수많은 사람이 장기적인 생산적 투자보다 단기적인 고위험 투자에 매달리게 되었느냐는 점이다. 저성장, 자산 격차 확대, 부동산과 금융자산 중심의 부의 축적 구조, 그리고 단기간에 큰 수익을 기대하도록 만드는 시장 환경이 그런 선택을 부추긴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투기는 개인의 탐욕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시장이 투기를 보상하는 구조라면, 개인은 그 구조에 적응하려 한다. 그런 점에서 이코노미스트의 비판은 한국 투자자만을 향할 것이 아니라, 오늘날 세계 금융자본주의 전체를 향해야 한다.
한국 개미가 도박꾼인 것이 아니라, 세계 금융시장이 점점 더 도박장의 규칙을 닮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묻는 것이 더 본질적인 질문이다. 그리고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개인투자자를 비난하는 데서 멈출 것이 아니라, 금융이 다시 실물경제를 뒷받침하도록 만드는 제도와 규율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자본주의의 내적 모순에 의한 붕괴라는 칼 마르크스의 예언을 피하자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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