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의 집착을 내려놓고 발견한 나이 듦의 미학
겨울 끝물이었다. 퇴근 뒤 늘 가던 국밥집 문을 밀고 들어갔다. 젖은 외투 냄새, 들깨 가루, 소주병에 맺힌 물방울. 텔레비전에서 소리를 죽인 채 흐르는 탱고영상.
남자가 한 걸음 물러나면 여자가 따라붙고, 구두 밑창은 마룻바닥을 핥았다. 남자 손등에 흐르는 힘줄, 여자의 귀 뒤 머리카락, 검은 정장 어깨에 내려앉은 조명. 숟가락을 들던 손이 멈췄다. 국물에서 올라온 김이 안경에 번졌다.
그전까지는 평범했다. 아침 여섯 시,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지하철 창문에 비친 졸린 얼굴, 복사기에서 풍기는 종이 냄새, 회의실 형광등 불빛, 회식 자리에서 맥주 거품이 부서지는 소리. 집에 돌아오면 낡은 가죽 소파가 나를 온전히 감쌌다. 몸을 움직이는 일도, 그림을 그리거나 악기를 만지는 일도 없었다. 흔한 즐길 거리 하나 없는, 밋밋한 일상이었다.
그날 이후 밤마다 탱고 음악이 내 귀를 채웠다. 반도네온은 오래된 서랍을 조심스레 여닫는 듯한 소리였다. 삐걱거리면서도 속내를 숨기지 않는 담백함이 있었다. 바이올린은 젖은 골목 끝까지 길게 늘어진 선율을 그렸다. 피아노는 구두 뒤축을 탁하고 찍는 소리처럼 짧고 단단하게 퍼졌다. 삶의 리듬이 탱고와 함께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처음 탱고 스튜디오에 갔던 날이 떠오른다. 어둡고 습기 어린 지하 연습실, 눅눅한 벽지와 마른나무 바닥이 있었다. 벽면 거울 아래로 먼지가 조용히 굴러갔다. 사람들은 서로를 품에 안고 천천히 걸었다. 마주 잡은 손끝은 부드러웠지만, 내 안에서는 삐걱거리는 소리만 났다. 음악은 물처럼 흐르는데, 나는 돌덩이처럼 무거웠다.
강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음악을 느껴 보세요. 힘으로 밀어붙이지 마세요." 쉬워 보였지만, 몸은 완전히 다르게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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