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봤어. 정말 대단해.
며칠째 같은 종류의 기사들이 뜬다.
반도체 기업들이 역대 최대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뉴스다. 1인당 평균이 세전 6억 원대에 이른다는 계산이 있었고, 한 증권사는 올해 1인당 성과급이 12억 원을 넘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어떤 기사는 제목에 '임금의 계급화'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어떤 기사는 '새로운 소득계층'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같은 주의 어느 휴일이었다.
남편은 그날도 회사에 갔다. 쉬는 날이었다. 평일에 그러는 것처럼, 점심이 되면 그는 회사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는다. 휴일의 구내식당, 평일과 똑같은 식판, 평일과 똑같은 메뉴. 나는 그 식판을 떠올렸다. 남편이 다니는 회사는 영업이익의 10퍼센트를 직원에게 나눠 주는 회사도, 보너스 한 번에 몇 년 치 연봉이 들어오는 회사도 아니다. 남편은 그걸 안다. 하지만 성실한 그에게서 불평도 들어본 적이 없다.
그 기사들은 한 가지 장면을 보여 주고 있었다. 노동이 숫자로 환산되어 통장에 찍히는 장면이다. 그런데 남편이 쉬는 날까지 회사에 나가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는 그 노동은 어느 숫자에도 들어 있지 않았다. 분기 정산에도, 성과급 표에도, 기사 제목에도.
인생은 원래 열심히 산다고 해서 잘 풀리는게 아니다.
우린 이 사실을 모두 알고 있다.
곧 둘째가 나온다. 나는 출산을 앞두고 있고, 아이가 나오면 남편도 출산 휴가를 받는다. 자리를 비우기 전에 그는 자기 몫을 미리 증명해 두려는 사람처럼 일한다. 평일에는 밤까지, 쉬는 날에는 다시 회사로. 요즘 그는 잠이 부족할 정도로 일한다. 누가 시킨 게 아니다. 그렇게 노력한다고 회사가 보답을 해주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 그렇게 한다.
그는 법대를 졸업한 IT 비전공자다. 그런데 마음먹으면 일주일 만에 웹앱 하나를 혼자 만들어 낸다. 모르는 게 나오면 밤을 새워 익힌다. 아무도 시키지 않아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그게 그가 일하는 방식이다.
그런 사람을 곁에 두면 두 문장이 같이 올라온다.
'대단하다.'
그리고 곧바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두 문장은 서로를 지우지 않는다. 나란히 있다. 그가 대단한 것도 사실이고, 그 대단함을 마냥 반갑게 볼 수만은 없는 것도 사실이다. 쉬는 날까지 회사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고 오는 사람과 함께 산다는 건, 박수만으로는 안 되는 무엇이 있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남편이 그만큼의 성과급을 못 받는 건 그가 덜 노력해서가 아니다. 그는 자기 몸이 상하도록 일한다. 다만 그가 선 자리의 회사가 영업이익을 그런 방식으로 나누지 않을 뿐이다. 인정을 못 받아도 최선을 다하는 그의 태도는 흔들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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