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퇴근 시간에 사람들로 북적이는 거리에서 정희가 에메(에메렌시아, 줄여서 에메라 부른다)와 우연히 마주친 건 프랑스 파리 시내에서 방금 건너왔다는 핫한 가구 매장 매트리스 쇼룸에서였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쳐다보든 말든 위쪽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며 벌렁 누워있는 수녀복 차림의 에메.
“야, 에메! 너 오랜만에 보니까 얼굴 좋아졌다? 수도원 밥이 체질에 맞나 봐?” 에메는 마치 어제 본 사람처럼 당황한 기색도 없이 맞받아친다.
“수도원 밥이 아니라, 이번에 새로 온 신부랑 한바탕 하고 왔더니 혈액순환이 돼서 그래. 내가 자비원 리모델링 예산 사수했잖아.” 여전하다는 표정으로 ‘너 진짜 수녀 맞냐?’라고 받아치려다 생각한다. 수녀의 미덕은 순종이라지만, 신은 에메를 창조할 때 가난, 순결은 넣고 순종은 깜빡한 게 틀림없다고. 신1과 신2, 아니 가끔 제 13의 신도 자아분열을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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