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이 들어온 오월의 금요일.
아카시아향이 스민 선선한 바람과 눈을 감기는 따스한 주홍 하늘의 유혹을 거절할 수는, 없다.
어디라도 가야한다.
멋진 곳에 앉아 맥주 한 잔을 마셔야 한다.
친구들을 불러 모으고 팬시한 식당, 북적이는 골목, 일명 핫하다는 장소 어디쯤에 도착하면 정작 나를 유혹했던
아름다운 주홍은 푸르딩딩하게 질려있기 일쑤다.
그 검푸른 하늘을 보면 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일종의 게임이다. 완벽한 날씨, 끝내주는 하늘 아래
멋드러진 한 장의 사진을 만들라는 퀘스트. 그러니까
구석에 살짝 걸치는 명품 로고와 태그하지 않아도 티가 날
빛나는 장소와 멋진 사람들, 어디서 샀나 궁금해지는 옷과 구두 같은 것들이 필요하다. 그게 모두 내 것일 필요는 없다, 이 완벽한 한 때를 만드는 게임에는 니것 내 것이 없다.
다같이 한 장의 멋진 사진을 만들고 부지런히 피드를 꾸미고
모두의 환호를, 빨간 하트를, 동경과 관심을 기다리는 것이다.
그 때는 몰랐다. 눈에 보이는 거의 모든 것, 입고 걸치는 것들과 순간 순간 찾아오는 끝내주는 하루를 멋있게 남기기만 하면 그 사진의 중심에 앉거나 서거나 누워있는 나 역시 멋진 사람이 되는 줄 알았다. 화려하고, 아름답고, 시선을 끌어 좋아요를 부르는 것 외에 무엇이 중요한가.
행복은 크고 요란하다. 주홍 노을 아래 마음이 동하던 스물 여섯 일곱의 나에겐 그랬다. 기쁨은 총천연색으로 빵빠레를 울리며 밀려와야 했다. 그래서 파티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몇 분을 빼놓고 대부분의 시간은 적당히 불행했다. 더 행복해지기 위한 고민. 조급함. 누가 나보다 더 행복할까봐 불안하고 혹시 이번에 준비하는 행복이 충분히 멋있지 않을까봐 걱정하는.
나의 20대를 가여워한다. 좋은 차, 비싼 선물, 잔머리 하나 없이 잘 정돈된 머리와 최신 음악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우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보이는 것에 눈이 멀어 정작 모든 것의 중심에 있는 나, 그 마음은 하나도 먹이지 못한 어리석음을 가여워한다. 친구의 구조 신호도 알아듣지 못하고 고마움이나 미안함을 제대로 표현하지도 못한 반쪽 짜리 어른의 좋아요 놀이를 부끄러워한다.
시간이 흘렀다. 서른 중반을 지나는 나에게도 아카시아향 스민 오월의 저녁 바람이 분다. 무엇으로 나의 멋짐을 증명해야할까 고민하게 하던 그 바람을, 웃으며 바라본다. 선선한 그 바람 속에서 충만하게 웃는 데에는 귀걸이 하나 필요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