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평) 서연아, 왜 사과는 안 먹니?

하얀 마음 하얀 세상

by호수공원

동시는 내가 참 좋아하는 문학 장르이다.

어른들이 아이들의 마음에 들어가서 쓴 동시도 좋고, 아이들이 쓴 동시는 그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예쁜 글이기에, 나는 동시가 참 좋다.


나는 학생들에게 국어를 가르치는 국어 강사이다.

교재에 동시가 나오면 괜히 들뜬 기분이 든다.

학생들에게 동시를 낭송하고 직접 써 보라고 넌지시 동시 쓰기를 재촉한다.


‘이번에는 어떤 동심으로 나를 데려가 초대해 줄 거야?’


마음으로 다가가 한 아이에게 물어본다.


그러다가 온라인카지노 활동으로 내가 구독하는 ‘신정애 작가님’께서 동시집을 출판하셨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게 되었다. 순수의 결정체인 신작가님의 동시집이라, 고민할 필요도 없이 바로 구입하였다.


이틀 후, 하얀 표지에 귀여운 아이 그림이 있는 바카라이 도착하였다.


‘서연이는 왜 사과를 안 먹는다고 했을까? 단지 싫어하는 과일이라서?

친구와 싸웠는데 사과하고 싶지 않아서?’


불쑥 삐져나오는 호기심에 바카라을 찬찬히 펼쳐 보았다.


image.png<신정애 지음 / 하양 펴냄>



선생님 요기 아파요!
... 어디?

...
눈곱만 한 상처가 있는
... 반창고 붙이고
바로 아무렇지도 않다

나도 그렇게 손가락 내밀면
마음에 생긴 보이지도 않는 생채기까지
호- 해주고
반창고 붙여주는 사람 있으면 좋겠다

-‘기적의 반창고’ 중에서-


참 따스하다. 투명하다. 맑다. 선생님과 아이의 마음이 어떤 표현법으로도 꾸밀 수 없는, 뭉클함이 있다.

눈곱만 한 상처라도 선생님이라면 치료해 줄 것 같은 아이의 기대와 그 마음을 품어주는 선생님, 아이의 마음과 동화되어 갖게 되는 순수한 바람...

‘기적의 반창고’는 그 여린 마음을 살펴주는 것에서부터 서로에게 기적이 아닐까?


...
내 옷자락을 당기고는
까치발로 귀에 속삭인다

‘선생님, 엄마가 보고 싶어요’

그리움이 가득한 눈을 본다
덥석 얼굴이 묻히도록 꼭 안았다

나도 엄마가 보고 싶어

-‘엄마가 보고 싶어요’ 중에서-


곁에 있어도, 저만치 멀리 떨어져 있어도 애틋한 엄마에 대한 그리움...

아이에게 다가가 따스하게 안아주는 그 장면에서 둘이 포개어 있는 그 장면을 상상해 보았다.

신작가님께서도 아이의 품에서 위로를 받으셨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동시를 한 편씩 감상하며 마음이 훈훈하게 물들어갈 무렵, 어? 서연이가 나오네.

너는 도대체 왜 사과를 왜 안 먹은 거니?



서연아 왜 사과는 안 먹어?
...
사과 싫어해?
....
앞니가 없어서 못 먹어요.

- '급식시간' 중에서-


서연이가 사과를 안 먹는 것이 고작 앞니가 없어서 못 먹는다니, 그 귀여움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첫눈이 이렇게 많이 오는 것은 반칙이야

...
그럼 우리도 반칙할래요
눈밭으로 뛰어나가 달리는 아이들

...
숨을 솜사탕처럼 내뿜는다

하얀 운동장 위의 모든 게 다 반칙이다

- '반칙' 중에서-


신작가님은 교직 생활을 40년 동안 하셨다고 한다.

그렇게 수많은 세월 속에서 아이들과 동화되어 함께 울고 웃으며 작가님 또한 아이 같은 마음으로 함께 성장하신 걸까? 이 어린 시집은 어른이 아이의 마음으로 그럴듯하게 쓴 시가 아니라, 작가님 본연 자체의 마음이 그대로 반영된 ‘어린 시집’이었다.


40대 중반이 되어가는 나는 ‘반칙’이라는 동시를 감상하며, 어쩌면 나의 선생님이 되었을지도 모를 신작가님과 하얀 눈밭에서 뛰어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얀 마음으로 하얀 세상을 그리는 신작가님의 아름다운 마음이 나를 울린다.



“신정애 작가님! 올해 첫눈 오면 저랑 같이 눈사람 만들래요?”


image.png



*동시에 나온 아이의 이름은 가명이며, 저작권 보호를 위해 동시의 일부를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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