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여름은 매미 소리로 시작된다. 눈을 감으면 "맴맴맴..." 귓전을 때리는 울음소리가 먼저 떠오른다. 철원 소이산의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다가, 숲 전체를 뒤흔드는 우렁찬 매미 소리를 만났다. 폭염 속에서 터져 나오는 그 소리는 작렬하는 여름의 독주곡이자 가슴을 때리는 생명의 함성이었다.
소이산은 6·25전쟁 당시 피비린내 나는 격전장이었다. 70여 년 전, 이름조차 생소했을 이 362고지에서 자유를 위해 청춘을 바친 미군 용사들의 혼이 서린 곳이다. 숲을 가득 채운 매미 소리를 듣는데, 문득 그 시절 태평양을 건너와 산화한 젊은 영혼들의 울림처럼 느껴졌다.
땅속 깊은 어둠을 견디다 나와 온몸을 사르며 울다 돌아가는 매미의 일생을 생각해 본다. 그 단선적인 삶을 보며 신화 속 아킬레우스를 떠올린다. 그는 죽을 줄 알면서도 영원한 명예를 택해 트로이로 향했던 영웅이다. 길고 평탄한 삶보다 짧은 명예가 소중한 것은 신화 속 영웅뿐만이 아닐 것이다. 이 거친 고지에서 이름 없이 스러져간 수많은 무명용사에게도 그 숭고한 명예는 고스란히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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