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의 카피능력을 얻었다 2

#2화 카피능력

by임경주





이항조가 머리의 투구를 벗어던졌다. 수하 하나가 재빨리 주워들고는 뒤로 물러났다.


“내 그대가 폐하의 오른팔이니 모든 예의를 다하려 했건만 안 되겠소이다.”


이항조가 무릎을 낮추고는 기마자세를 취했다. 양팔을 쫙 펼친다. 오! 하는 탄성이 쏟아져 나왔다. 뭔가 대단한 걸 보여 주려나보다.

쫙 펼친 양팔을 가슴 앞으로 모은다.

뭐지? 양손 안에 보이지 않는 공을 쥐고 있는 것만 같다. 바로 그 때다. 두둑, 하며 이항조의 소매가 터졌다.


“힉!”


근육이 헐크처럼 자라나기 시작했다. 두둑, 두둑. 소매에 이어 어깨까지 터져나갔다. 근육이 어마무시하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소이다! 황제폐하의 오른팔은 순순히 따라오시오!”


이항조의 양손 안에서 진짜 공이 생겨났다. 빠지직하며 스파크가 일어나고 있었다.


“설마 그거 저한테 쏘는 건가요?”

“그렇소이다!”


이항조의 양손이 허리 뒤로 옮겨갔다. 그대로 내뻗으면 무서운 일이 일어날 것이다.

순간, 소백이 자신의 양팔을 내려다보았다.

두둑. 두둑.


“잉?”


소백의 양팔소매도 터져나가고 있었다.


“?”


근육이 멋대로 자라났다. 어깨까지 터져나간다. 소백도 양팔을 쫙 펼쳤다. 다시 가슴 앞으로 모은다. 양손 안에 이항조의 것과 똑같은 공이 생겨나 있었다.


“말도 안 돼!”


이항조가 당황해서 먼저 쏘았다. 소백의 코앞까지 날아왔을 때 소백도 쏘았다.

두 개의 기운이 부딪쳤다. 처음에는 소백이 뒤로 밀렸지만 역전한다.


“!”

“그래! 이 세상이나 저 세상이나 똑같아! 어차피 말도 안 되는 세상이야!”


소백이 소리치며 양손을 쭉 내밀었다. 그대로 밀고나가더니 이항조의 양손을 꺾어버린다. 쾅! 소리와 함께 폭발했고 이항조는 저 뒤로 날아 가버렸다.


“와우.”


소백이 놀란 눈으로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이항조가 겨우 일어나 손가락에 힘을 잔뜩 주고는 소백을 향해 소리친다.


“카피! 카피능력이다. 황제폐하의 오른팔에게 국가 재앙급 능력이 생성되었다!”


꼴까닥. 이항조가 거품을 물며 기절하고 말았다.

파란 하늘 뭉게구름 사이로 전투기 네 대가 날아올랐다. 소백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YTM방송마크가 새겨진 흰색 헬리콥터가 남산타워에서 출발해 소백의 머리 위를 선회한다. 장갑차와 무장병력이 소백을 포위했을 때는 생방송이 진행되고 있었다.

무균실 안에서는 가영과 진영이 놀란 눈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소백이 하하... 웃으면서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고는 항복을 선언했다.




소백은 현장에서 긴급 체포되어 연행되었는데 서울경찰서로 향하던 중 황제폐하의 명에 의해 경복궁으로 돌아왔다.

다들 위험하니 가까이가지 말라고 하지만 가영은 소백을 자유롭게 풀어주었다.


“저기 근데요.”

“그래. 말해.”

“오른팔이 진짜 하는 일이 뭔가요?”

“말 그대로야. 내 똥을 닦으라면 닦는 게 오른팔이 하는 일이야.”

“에이, 그건 아니다. 제가 어떻게 그쪽 똥까지 닦나요?”

“그쪽?”

“...”

“너. 내가 적응기간을 줄 거야. 기간 안에도 적응하지 못하면 쫒아낼 거고. 나와 멀어지면 넌 평생을 심장이 찢어지는 고통 속에서 살아가게 될 거야.”

“네… 적응할 게요...”

“인사해.”


유리방 안에서 예쁜 소녀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너. 내 동생 때문에 산 줄 알아라. 진짜.”


소백도 진영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왜 저렇게 귀여운 거야. 소백이 활짝 웃었다.


-연필-


유리벽에 연필이라고 써졌다. 진영이 자신의 능력도 카피가 가능한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과연 저 국가 재앙급 오른팔은 이 단어의 한계를 어떤 식으로 넘어서고 어떤 놀라운 사유를 확장해낼까?

소백이 손가락을 들어 유리벽에 썼다.


-연필공주 흑심 품었네-


가영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진영이 배꼽을 잡고 뒹굴며 웃다가 숨이 넘어가고 있었다. 진영은 이미 알아챘다. 자신의 불치병까지 카피가 가능하다면 소백은 연구대상이 될 것이란 걸. 그래서 그걸 저렇게 방어하고 있다는 사실을 단숨에 알아챈 것이다.




탁상공론이 꽤 길어지고 있었다. 누군가는 탁자를 주먹으로 내리치고, 누군가는 자신의 위대한 논리가 먹히지 않으니 이성을 잃고 고함을 내지른다.

중요쟁점은 선황의 계비인 자경황후는 남편의 상을 몇 년 동안 치러야 하는가? 상복은 몇 년을 입어야 하는 것인가?

이 두 가지였다.

도대체 이게 뭐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이 평행세계는 이런 탁상공론이 첨예하게 부딪칠 때 가장 똑똑한 목소리를 내면 그가 바로 왕 중의 왕이다. 나중에 알아보고 또 알아보았더니 그 논리가 완벽하기까지 하면 다들 똥개처럼 꼬리를 내리고 슬금슬금 물러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중요한 건 바로 그 자리에서의 발언이다. 이 때 엉뚱한 소리했다가는 나중에 잘 알지도 못하면서 대충 둘러댄 것으로 밝혀져 처벌을 받기도 한다.

이 슬롯는 이렇다. 궁중가례와 이 나라의 헌법이라고 할 수 있는 정도전의 조선경국전을 모태로 하고 있는 경국대전을 머릿속에 꿰차고 있으면 바로 그가 왕이다. 다들 찍소리를 못한다. 가장 큰 권력을 손아귀에 쥔다.

선황은 바로 가영의 아버지다. 계비인 자경황후는 가영의 새어머니로 작은아버지 영친왕의 사람이다. 영친왕의 소개로 만난 것이 불행의 시작이었다.

가영이 보기에 엄마를 버린 아빠는 7년 행복했다. 선황이 자살로 붕어했을 때 가영은 믿을 수가 없어 법무검찰국의 모든 검사들을 총동원해 아버지의 7년 과거를 전화기부터 시작해 일거수일투족까지 모두 다 포렌식했다.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스스로 모든 것을 다 내주고 혼자 죽었다. 왜? 도대체 왜? 유서를 남겼다. 자경황후를 너무 사랑해서 그렇단다. 심지어 자경황후는 아빠를 밀어낸 상태로 전화통화에서 대놓고 말했다.


-그래서 D-Day는 언제인데? 당신의 뒤를 이을 아들이 없는 게 천추의 한이네.-


동생 진영이 그랬다. 확신했다. 아빠는 저 교활한 새엄마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한 것이라고. 그렇게 서서히 무너진 것이라고. 그 뒤로 충격과 슬픔을 이기지 못한 엄마도 아빠를 따라 저 세상으로 떠났다. 세상에 둘만 남은 자매는 그 누구도 믿지 못했다.

아빠가 죽은 지 딱 1년이 지났다. 아빠가 그렇게도 사랑했던 새엄마 자경황후는 더 이상 상복을 입지 않아도 되는 것인가. 모르겠다. 편전에서 가만히 내려다보니, 다들 지식인이랍시고 각자의 주장을 하며 목소리를 높이고는 있지만 그 모습이 사람이 아니라 돼지들 같다. 욕심만 가득해서 앞뒤 안 가리고 처먹기만 하는 돼지들.


[“언니. 이건 어떤 방향이 예법에 맞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야. 그저 단순한 정치싸움이야.”]


이어폰을 통해 동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곧 이 나라의 실세가 누군지 드러나겠지.”]


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개 싸가지가(새엄마) 숙부에게 상 치르는 거 더는 못하겠다고 했겠어? 안했겠어? 내가 봤을 때 그 미친년은 아빠 상 더 못 치러.”]

“맞아.”


가영이 진영에게 대답하는 그 때 대신들이 모두 다 입을 다물었다.


“폐하. 1년이 맞다, 하신 겁니까?”

“아니? 3년이 맞지. 남편이 죽었는데 조강지처고 세컨이고 뭔 차이야. 부인 맞잖아? 1년 치르고 말거면 이혼하라 그래. 아니면 3년 치러야지. 뭔 말들이 이렇게 많아.”

[“언니. 굿.”]

“폐하. 예법에 따르면...”

“시끄럽소이다. 예법, 예법. 그놈의 예법. 정말 지긋지긋하오. 내 오른팔? 내 오른팔은 어디 있는 게냐. 조용한 곳에 술상을 준비하라. 내 오른팔과 한잔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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