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삭의 시간, 그리움

난닝구 인생

by임경주



온라인 게임생활을 한 곳에서 오래 했고 또 그 시간만큼 글도 꾸준히 써왔다. 몰래 뒤에서. 어차피 말도 안 되는 세상 부조리와 정의를 전면에 나서 외치지 못하는 겁쟁이라 안전한 글을 방패로 삼아 뒤로 숨었다. 근데, 이게 언제부턴가 글이 돈이 된다. 신기한 일이다. 내가 쓴 글이 취미를 벗어나 특기가 되는 것도 모자라 큰돈은 아니지만 갈수록 돈이 된다. 이 돈이 있기 때문에 내 월급의 대부분이 적금으로 들어간다.


회사 앞은 항상 맛집에 축제지만 내가 돌아가야 할 곳은 글 앞이다. 난 소비적인 사람이 아니다. 생산적이다. 그게 즐거움이다. 내가 글만 쓰고 사는 걸, 아내는 너무 좋아한다. 난 글을 쓰고 또 쓴다. 회사 수입에 비하면 들어오는 인세는 참 부끄럽기 짝이 없지만, 돈이 되니까, 글 쓰느라 돈을 쓸 시간이 없다. 돈을 떠나 사유가 깊어진다. 남들이 못 보고 지나가는 걸 나름 본다. 이러다 보면 나도 언젠가는 혹시 시인이 될 수도 있다는 황홀한 꿈을 꾸어 본다. 솔직히 슬프다. 혼자 무너지다가 또 이겨내고 글을 쓴다. 항상 반복된다. 곧 아플 것도 같다. 무너질 거 같다. 버틸 만큼 버텼다. 반반이다. 이번에 무너지면 정말 답이 없다.


글을 쓴다. 키보드에 소나기가 내린다. 내가 원하는 근원에 가까워지는 황홀경을 선사한다. 한 번은 너무 치고 나가 새끼손톱이 찢어져 염증이 발생한 적이 있었다. 그럴 때면, 아파 못 쓸 때면 전화기로 나머지를 쓰면 된다.


작가는 장소가 어디든, 시간이 몇 시든 어떤 환경에서든 컴터 뚜껑을 열고 제자리에 앉아 자기 글을 쓸 수 있어야 한다. 누구의 시선, 스스로 오버하는 기분 이딴 거 신경 쓰지 말라. 지금 떠오른 거 당장 안 쓰면 그거 다 날아가버리니까, 메모지도 소용없다. 시골 친구들이랑 놀든, 식구들이랑 놀든, 처갓집에서 놀든 어, 이거 당장 써야 하면 작가는 주저하지 말고 무조건 써야 한다. 저 똘아이라고 손가락질을 하든 말든 내 컴터는 항상 열려 있고 날 기다린다.


만약 당신이 어느 커피숍을 가서 내가 원했던 환경이 아니라는 이유로 컴터 뚜껑을 못 연다면, 남들 눈치를 보며 작업을 망설인다면, 당신은 아직 작가가 아닌 것이다. 작가는 마인드가 99퍼라고 본다. 글은 어지간히 쓰면 기본적으로 다 쓴다. 스스로가 아마면 영원한 아마다. 글은 원주변을 돌면 안 된다. 안으로 파고 들어와야 한다.


글만 쓰고 사느라, 가까운 해외여행도 못 가보았다. 뭐 그다지 궁금한 세계도 아니다. 이건 넋두리다. 정말 열심히도 썼다. 그냥 삶이었다. 생활이었다. 쓰고 또 썼다. 그만큼 항상 외로웠다. 남들과 동떨어져 있는 사람이었다. 물고기가 물을 떠나 겨우 호흡하며 사는 형국이었다. 온라인 게임인이 이렇게 까지 글을 쓸 수는 없다. 내가 봐도 나란 사람 참 신기하다. 같은 물고기를 찾고 싶었다. 하지만 문학이란 건, 창작이란 건. 남에게 의지하는 순간 끝이다.


혼자 이겨내야 한다.

아, 핵심 비주얼. 이 말을 하고 싶었다.

어디 놀러 가서 잔뜩 취하면 다음 날 기억나지 않는 것들이 많다. 순삭이다. 기억도, 시간도. 집에 돌아와도 일상을 살아가도 새카맣게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다 잊었어도, 치매에 걸려 곧 죽어가도, 함께 시간을 보냈던 사람들과 있었던 어느 한 장면과 그 순간의 이미지는 절대로 잊히지 않을 것이다.


살짝 수심에 찬 얼굴, 환한 얼굴. 덩달아 나도 좋았던 그 얼굴. 문득, 그런 장면이 떠올라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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