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 무료

주차장에서 뼈를 발견했다

by정상가치

평소 가는 공영 주차장.
아이가 다니는 학원에서 걸어서 20M.


오늘은 아이 피아노 학원에 조금 늦었다.
나도 모르게 아이를 재촉한다.
이럴 때 늑장을 부리는 아이.


서둘러 아이를 내려주는데, 오전에 내린 비 때문인지 땅에 물웅덩이가 흥건하다.


아이 신발이 젖을까 아이를 안아서 내려주고 걸음을 재촉했다.


3층 피아노 학원.
학원 정기 연주회까지 남은 시간은 약 한 달 남짓.
그래서일까. 좀 더 학원에 열기가 넘친다.


아이는 평소처럼 태블릿으로 등원 완료를 누르고, 내 스마트폰에 문자가 찍힌다.
중문을 닫으며 손가락으로 하트를 해주는 아이.
학원에 데려다주는 건 저 손가락 하트를 받기 위함이다.


평소엔 애정 표현에 인색하지만,
이럴 땐 다정한 아이.
사랑스러운 아이.


오전에 내린 비 때문일까.
하늘은 맑고 햇빛은 뜨겁다.
선크림을 바르지 않은 것을 떠올리며 휴대폰으로 얼굴을 가려본다.


자, 이제 집으로 갔다가 다시 아이를 데리러 오면 된다.
물 웅덩이는 어느새 말라서 바닥을 드러낸다.


그런데 뭐지? 잘못 봤나?
뭔가 반짝이는 것이 보인다.
고약한 냄새가 나는 누런 플라스틱.


얼마 전에 타이어에 구멍이 나서 긴급 출동을 부른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았다.
뾰족해 보이는 것이 신경 쓰인다.
풀이 무성한 공영 주차장 옆에서 두리번거렸다.


다행히 쓸만한 나뭇가지가 보인다.
평소였으면 신경도 쓰지 않았을 나뭇가지.
그런데 오늘은 소중한 도구다.
내 손을 더럽히고 싶지 않으니까.


나뭇가지를 들고 플라스틱을 뒤집었다.
뒤집어보니 플라스틱이 아니었다. 뼈다.


주차장에서 뼈를 발견했다.
생각보다 컸다. 아이 팔뚝만 한 뼈가 비닐에 담겨 있었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자세히 보니 돼지뼈였다. 육수를 우릴 때 쓸 것 같은 모양새였다.
공영주차장 옆 중국집에서 버린 모양이다.


들고 있던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아내에게 보냈다. '주차장 돼지뼈 발견!'


별일 아니었다.
나뭇가지는 다시 원래 있던 풀숲으로 던졌다.


차에 올랐다.
얼른 집에 가서 손을 깨끗이 씻고 싶다.


출발하면서 타이어로 밟지 않게 조심히 돌아서 나왔다.
룸미러에 누런 비닐이 비쳤다.


오늘 저녁은 짜장면이다.





재밌게 읽으셨나요?


이 글은 허구입니다.


"주차장에서 뼈를 발견했다"

<글쓰기 좋은 질문 642> 중에서


문득 바카라에서 글쓰기 좋은 질문을 발견해서 짧은 소설로 만들었습니다.


실제로 스탕달도 신문 기사를 읽고 <적과 흑>을 썼다고 하죠.

저도 저 문장 한 줄로 초단편소설을 썼습니다.


물론 제가 스탕달은 아니고, 이 글도 <적과 흑>은 아닙니다.


아무 생각 없이 써보니 재밌네요.

쓰다가 자꾸 공포 또는 스릴러 쪽으로 가려고 해서 억지로(?) 해프닝 쪽으로 몰고 갔습니다.

처음엔 경찰도 등장시키고, 뭔가 사건을 키울까 하다가 그냥 급하게 마무리했습니다.


가끔 글감이 없거나 좋은 질문을 발견하면 오늘처럼 소설로 써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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