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오빠 광호에게

『나의 아빠 광호에게』를 읽고

by램즈이어

광호 오빠 안녕하세요? 오빠의 열혈 팬을 자처하는 온라인카지노 작가 램즈이어입니다.

웬 팬덤이냐고요? 따님, 빛나는(유보영) 작가님이 쓴『나의 아빠 광호에게』바카라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알고 계시지요? 그 발랄하게 애절한 사부곡 思父曲이 퍼져 나가면서 주인공 광호 씨가 근래에 유명해졌답니다. (따님에겐 아빠지만 저희에겐 오빱니다.)

따님이 써 내려간 스토리를 읽고 광호에게 반하지 않은 독자가 없습니다. 동서고금의 픽션과 논픽션 가운데 일등 매력男이 되었습니다. 강직하면서도 부드러운 캐릭터인『오만과 편견』의 미스터 다르시,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에드몽 당테스, 『과정록』에서의 연암 선생을 제치고서요. 위인은 아니지만 생활형으로 친밀하게 다가와 표를 얻은 듯합니다.

저희 팬클럽 활동이 궁금하시지요? 묶음 지어 간략하게 소개해 보겠습니다.

## 정신적 슬로건


호빵맨처럼 늘 누군가를 돕는 사람이었던 광호 오빠를 저희도 본받으려 합니다. 모이면 주먹을 쥐고 소리를 모아 구호부터 외치지요.

“아자아자, 누군가를 돕는 건 내가 해야 할 일이야!”


## 교양 있는 삶으로


저희의 주된 활동에는 미술관 탐방이 있습니다. 화가가 되고 싶었던 꿈을 꽁꽁 숨기고 미술관 근처엔 얼씬도 하지 않았던 오빠를 생각하면서요. 가정을 잘 건사하는 단순한 목표에 충실하고 싶었던 걸까요? 자신의 강렬한 열정을 주체할 수 없을까 봐 두려웠던 걸까요? 그날은 회원들이 제각각 광호 오빠에게 가장 어울렸을법한 빵모자를 쓰고 옵니다.

오페라 관람도 종종 하는데, 특히 <오페라의 유령> 뒤풀이 때는 특별 이벤트가 있습니다. 팬텀-크리스틴과 광호 오빠-따님 두 조로 나누어 OST 듀엣 부르기 대회를 열지요. 대부분 꾀꼬리 따님의 부녀(父女) 조가 팬텀 조를 이깁니다.

Sing once again with me our strange duet~


광호 오빠가 대단히 굵직한 저음으로 따님의 손을 이끌 때 우리는 그 바리톤에 열광하며 “꺄악~” 소리를 지르고요.


## 때론 교양 밖으로


때로 광호 오빠의 감춰둔 기질을 따라가기도 하는데, 이중에는 놀이동산 탐험과 화투치기가 있습니다. 롯데 월드, 에버랜드를 정복한 후에는 회비를 모아 일본 디즈니까지 건너갈 계획입니다. 곰돌이 푸의 여행을 찾아서요. 가끔 우리들의 기념일에는 팬클럽 아지트에서 고스톱 판도 벌어집니다. 작은 판돈을 걸고 웃음과 아쉬움을 내뱉으며 씩씩거리면서.


## 산행

팬클럽 친목 산행 장소는 당근 안산입니다. 일본에서 온 <겨울 연가> 팬들이 진지하게 남이섬의 메타세쿼이아 길을 가듯이요. 약수터와 봉수대를 지나며 부녀(父女) 간의 대화를 읊습니다.

“아파트 뒤에 이런 산이 있다는 건 참 행운이야.”

“산이 낮아서 좋아. 오래 고생 안 해도 되고.”

연두색 등산복을 입고 봄, 가을로 일 년에 두 번 갑니다.

## 대만 수수께끼 여행

광호 오빠의 대만에 정착하고 싶었던 마음은 전설이 되었습니다. 따님도 바카라에서 2000년대 초의 대만을 공부하며 이런저런 가설을 적어 보았습니다만. 팬들도 그 수수께끼를 풀어 보기로 했습니다. 1년에 한 번 대만 여행을 다녀온 후 보고서를 제출합니다.

제목은 <광호 오빠는 왜 대만에서 살고 싶었을까?>

## 회식 메뉴

저희 회식 메뉴는 고정입니다. 참이슬에 냄비째 먹는 라면으로.

첫 잔은 무조건 원샷으로 합니다. 라면을 먹으면서 얼음이 가득한 잔에 소주를 따라 마시며 텁텁한 고춧가루 향을 싹 씻어 냅니다.


## 노래방 대회

노래방에 가면 빠지지 않는 시합이 있습니다. <내 여자라니까> 부르기 대회입니다. 점수 매기는 요령은 이승기와 비슷하게 부를수록 감점. 박치 음치 몸치인 광호 오빠 수준으로 부르면 가산점. 따님에게 구박받으며 겨우 쪼끔 익힌 수준 그대로 부르면 우승에 근접합니다.

## 드레스 코드

우리는 늘 패션으로 자랑스럽게 광호 오빠를 기립니다.

여름이면 깃에 초록 줄무늬가 있는 베이지 색 티, 겨울에는 하늘색과 회색이 섞인 니트로, 다양함보다는 단순함을 추구하면서. 18세기에는 젊은 베르테르를 본받아 짙은 남색 코트, 노랑 바지와 조끼를 입는 이들이 있었다지요. 그때 청년들이 슬롯적 시선을 의식하며 주춤한 것에 반해 저희는 당당하게 거리를 활보합니다.

광호 오빠!

그러고 보니 오빠는 케이팝 아이돌을 경험해 보지 못한 세대로군요. 이런 오빠 덕후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습니다만 가볍게 생각해 주세요. 빛나온 작가님 사연을 읽고 눈물 콧물 많이 흘린 사람들이 모인 것뿐입니다. 팬 활동으로 스스로에게 치유가 되기도 하니까요. 더구나 광호 오빠 사랑을 듬뿍 받은 따님의 밝고 재기 넘치는 기운도 선물 받았고요.

아무튼 바카라을 통해 영생하게 된 아빠 광호는 저희 팬 클럽 때문에 오빠가 되어 더욱 바빠지게 되었습니다. 철없이 쏴대는 오색 빛 응원봉에 눈이 부시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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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빠 광호에게』 유보영 에세이, 펴낸 곳 인생첫바카라, 2026년

많은 표현들을 이 바카라 속에서 빌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