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만고만한 인생 안에도 때에 따라 반짝반짝 떠다니는 것들이 있다.
그때마다 그 별들을 별주머니에 잘 모아놓아야 나중에 힘들 때 그 별들을 하나하나 꺼내보면서 견딜수가 있다.
드라마에 나온 대사입니다.
온갖 풍파를 다 겪으며 치열하게 살면서 힘든 날이 더 많았던 제 인생에도 잠깐씩 빛나던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이 순간들이 제 별주머니에 모여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아 평소에는 그 존재를 잊고 살아가지만,
힘든 날이 오면 문득 손을 넣어 별 하나를 꺼내게 됩니다. 아주 작은 별.
손바닥 위에 올려놓으면 금세 사라질 것처럼 작고 희미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빛 하나가 위로의 말을 건넵니다.
별주머니를 뒤져보며 생각에 잠깁니다.
별주머니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어쩌면 어린 시절의 기억일 것이다. 아무 걱정 없이 웃었던 어느 여름날, 엄마가 불러주던 목소리, 친구와 나누었던 쓸데없는 농담, 처음으로 무언가를 잘해냈을 때 느꼈던 뿌듯함. 또는 누군가에게 들었던 따뜻한 한마디일 수도 있다.
괜찮아.
잘하고 있어.
나는 네 편이야.
그때는 별것 아닌 말처럼 들렸던 문장들이 시간이 흐른 뒤에는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
견디기 힘든 밤,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끼는 순간, 우리는 마음속 깊은 곳에 넣어두었던 그 말을 꺼내 본다. 그러면 아주 잠깐이지만 어둠 속에 빛이 생긴다.
별주머니에는 기쁜 기억만 들어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힘들었던 시간을 끝내 지나온 경험도 그 안에 담겨 있을 것이다.
그때는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 같았지만 결국 견뎌낸 날들.
울면서도 다음 날 아침 눈을 떴던 날, 포기하고 싶었지만 다시 한 걸음 내디뎠던 날,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는데도 하루를 무사히 살아낸 날.
이런 날들이 떠오를때면 코가 시큰해지고 눈에서는 나도 모르게 비가 내린다.
지나고 보면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밤을 건너왔다.
당시에는 그것이 끝인 줄 알았지만, 끝은 아니었다. 우리는 그 시간을 지나 지금 여기에 있다.
그래서 과거의 나는 현재의 나에게 작은 별 하나가 된다.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우리는 새로운 힘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이미 가지고 있던 별을 하나씩 꺼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유난히 단단해 보인다. 아무 일도 없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 사람의 별주머니가 조금 더 무거운 것인지도 모른다.
수없이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났기 때문에 그 안에 꺼내 쓸 별이 많은 것이다.
반대로 별주머니가 텅 빈 것처럼 느껴지는 날도 있다.
아무리 뒤져도 꺼낼 별이 없는 것 같은 날. 좋은 기억도, 따뜻한 말도, 내일에 대한 기대도 모두 희미해지는 날이 있다. 그럴 때는 억지로 별을 찾으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잠시 주머니를 닫아두고 쉬어도 된다.
그리고 누군가가 건네는 별을 받아도 된다.
사람은 혼자서만 별을 만들며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받은 별 하나가 언젠가는 다른 사람의 별이 되기도 한다. 누군가 힘들어할 때 건넨 따뜻한 말 한마디가 그 사람의 별주머니에 오래 남아 있다가, 훗날 가장 어두운 밤에 꺼내지는 것처럼.
그러니 우리가 무심코 건네는 친절을 너무 작게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웃으며 건넨 인사 하나, 괜찮냐고 묻는 한마디, 말없이 곁에 앉아주는 마음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살아갈 이유가 될 수도 있다.
우리의 별주머니는 그렇게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받은 별이 나를 살게 하고, 내가 간직한 별이 다시 누군가를 살게 한다. 그렇게 별은 한 사람의 주머니에만 머물지 않고 사람과 사람 사이를 오간다.
살다 보면 앞으로도 분명 힘든 날이 찾아올 것이다. 모든 것이 무너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도 있을 것이다. 그때 우리는 잠시 멈춰 마음속 주머니에 손을 넣어보자.
그리고 별 하나를 꺼내보자.
그때도 나는 견뎠지.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었지.
이 시간도 언젠가는 지나가겠지.
아주 작은 빛이라도 괜찮다. 별은 어둠이 있어야 더 선명하게 보이는 법이니까.
오늘 내가 힘들다면, 그것은 내 별주머니가 비어 있기 때문이 아닐지도 모른다.
너무 오래 별을 꺼내 쓰느라 잠시 바닥이 난 것처럼 느껴질 뿐이다.
그러니 조금 쉬어가자.
그리고 언젠가 다시 마음에 별이 하나씩 쌓이는 날을 기다리자.
누구에게나 별주머니가 있다.
지금은 보이지 않을 뿐이다.
우리는 이미 수많은 별을 품고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가면서 새로운 별들을 하나씩 채워갈 것이다.
그리고 어느 어두운 밤, 다시 길을 잃었을 때 그 별 하나를 꺼내 들 것이다.
작고 희미하지만 분명히 빛나는 별.
그 별을 바라보며 우리는 다시 한 걸음 내디딜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을 견디는 데 필요한 것은 어쩌면 거창한 희망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저 주머니 속에 남아 있는 작은 별 하나면 충분할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