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내시경

내맘대로 일기 74

byEAST

토요일, 오늘은 건강검진 날이다. 7시부터 접수 시작이라 서두른다. 오전 6시 30분 도착. 역시 벌써부터 대기줄이 길다. 그나마 서두른 덕분에 번호표가 36번이다. 작년에는 7시 조금 넘었는데 대기번호가 무려 380번이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득의의 미소를 짓는다. 오늘 운수 좋구먼, 속으로 신난다.


일찍 오니 일사천리. 혈압, 시력, 청력, 가는 곳마다 대기 없이 바로바로 호명된다. 이러면 1시간도 걸리지 않고 일찍 끝나겠다는 생각에 기분 좋다. 하지만 곧 다가오는 공포의 검사가 있다는 사실에 어깨가 축 처진다.


몸무게. 건너뛰고 싶은 맘 굴뚝같지만 눈 질끈 감고 올라선다. 행여 소수점 한 자리라도 덜어낼까, 숨 꾹 참는다. 내일 건강검진인데 괜찮을까,라는 아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저녁 8시 이전이면 문제없어,라고 큰소리치며 쌈 가득 먹은 삼겹살은 생각도 않고.


채혈실이다. 마른침을 삼킨다. 마음은 뒷걸음질 친다. 오른팔, 왼 팔, 어느 팔이 덜 아플까, 생각한다. 핏줄이 잘 보이는 오른팔이 아무래도 낫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왼 팔 주세요.”

헉! 맥없이 왼 팔이 끌려간다.

“따끔해요.”

있지도 않은 먼 산을 바라본다. 즐거웠던 일을 떠올리려 애쓴다. 이를 앙다문다. 팔에 힘을 꽉 준다.

“이제 힘 푸셔도 돼요.”

분명 웃었다. 덩치는 산 만한데, 쫄보처럼 보여 창피하다. 도망치듯 재빠르게 나온다.

“내시경실로 가세요.”


이제 끝났군. 안심했는데, 아니다. 수면 내시경을 위해서는 주사 바늘을 또 꽂아야 한다는 사실을 깜빡했다. 노란 고무줄이 팔뚝을 조여 온다. 따끔. 부르르 떤다. 자고 나면 이젠 정말로 끝이다.


번쩍 눈이 떠졌다. 침대 위다. 머리가 잠깐 어지럽다. 이리저리 둘러본다. 여기저기 두런거리는 소리가 차츰 또렷해진다. 깨어난 나를 보고 간호사가 온다.


“일어나셨어요?”

“네.”

“근데, 어쩌죠? “

불길하다.

“뭘 그리 맛있게 드셨어요?”

“네?”

“위에 음식이 가득해서 내시경을 못했어요. 재검해야 돼요.”

“어제 8시 전에 삼겹살 먹은 것뿐인데요.”

“가볍게 드셔야죠, 소화 잘 되게.”

“소고기를 먹었어야 했나?”

간호사가 푸하하 웃는다.

“꼭 투뿔로 드세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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