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내맘대로 일기 72

byEAST

어버이날 전날이 마침 휴무라 부모님 계시는 경북 의성으로 날 잡아 갔다. 아버지가 요즘 통 힘이 없다고 하시니까 고기라도 사드려야지, 생각하며 근처 상주시에 있는 맛집을 미리 검색했다. 가족끼리 같이 갔다는 리뷰가 많은 고깃집이 보였다. 맛있다는 댓글도 많았다. 경북 의성에서 상주 고깃집은 30km. 부모님 두 분이서 일부러 시간 내서 찾아갈 곳은 아니었다.


반갑게 나를 맞이하는 부모님은 그새 더 늙어 보였다. 구부정한 엄마의 등을 보자 마음과는 달리 지팡이 짚고 다니소,라는 말이 퉁명스럽게 나갔다. 가는귀먹은 아버지 들으시라고 일부러 크게 어서 가자 말했다.


“야야, 숨 좀 돌리고. 피곤하겠구먼. 와 이리 서두르노.”

엄마의 말에, 앉았다 가면 또 한참 걸린다며 재촉했다.

아버지는 내심 불만이었다. 이럴 줄 알고 상주 간다는 말은 엄마에게만 했었는데, 아버지 성화에 말씀드린 모양이었다.


“그냥 집에서 먹지, 뭐할라꼬, 돈 쓰러 멀리 상주까지 가나, 참말로.”

십수 년 전에 사드린 색 바랜 바람막이를 입으면서 아버지가 말했다.

“거기 맛집이래요. 얼른 가야 기다리지 않고 먹을 수 있어요.”

나는 아버지를 이끌었다.


오후 5시. 다행히 자리는 아직 많았다. 한우를 시키고 싶었지만 지갑 사정상 돼지고기를 골랐다. 곧 콩나물과 파무침, 명이나물 등이 상을 채웠다. 된장술밥도 같이 나왔다. 시장하셨는지 잘 드셨다. 이윽고 고기가 나왔다.


“이기 얼마고?”

값을 묻는 아버지 말을 못 들은 척하고 구워서 드렸다. 맛이 좋았다. 3인분이 금세 비워지고, 양념돼지갈비도 시켰다.

“야야, 고마 시키라, 배부르다.”

엄마는 아버지 눈치를 보고 말했다. 아버지는 말없이 물을 드셨다.

양념갈비도 다 먹었다. 맛집답게 고기며 밑반찬이 다 좋았다. 부모님도 배부르게 잘 드신 것 같았다.


다시 시골로 가는데 거의 다다를 무렵 엄마가 읍내 마트 들러서 과일 좀 사자고 했다. 그러더니 닭고기 앞에서 머뭇거렸다.

“내일 아침 백숙 해 주까나?”

힘들게 백숙은 무슨, 그냥 있는 반찬에 먹자 말하고 시골집으로 향했다.


시골 저녁은 아직 추웠다. 잠시 바깥바람을 쐬었다. 어렸을 때는 집집마다 소를 키웠던 기억이 났다.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아궁이에 앉아서 쇠죽을 끓이던 모습이 가물가물 떠올랐다. 부르르 어깨를 떨고 방으로 들어가려고 현관문을 여는데 방 안에서 소리가 들렸다.


“어이구, 짜고 맵고, 내사 마 혼났니더. 그냥 구수한 청국장이나 먹으면 좋았을 낀데.”

엄마였다.

“조용하래이. 아 듣는다. 물 켜는데 시원한 냉수나 한 컵 갖다도.”

아버지였다. 나는 현관문을 잡은 상태로 한참 동안 우뚝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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