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마일이면 대체 몇 km라는 거야?

내맘대로 일기 70

byEAST

74.98㎡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면적이다. 처음 전용 74 타입이라고 했을 때, 나는 속으로 그래서 몇 평이냐구요, 라고 투덜대고 있었다. 그런 내 속을 읽었는지 부동산 사장님은 30평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아파트의 크기가 머릿속에 확실하게 그려졌다. 현재 살고 있는 집보다 4평 더 넓구나. 와우! 대궐 같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2007년 7월 1일부터 평 단위 사용을 금했다고 한다. 무려 19년이 지났다. 그런데도 나는 여전히 제곱미터보다는 평이라고 해야 더 쉽게 이해한다. 나만 그럴까? 무게를 재는 단위인 근도 엇비슷하다. 시장에 간다. 정육점 앞. 고기 색깔이 좋다. 삼겹살을 주문한다.


“삼겹살 한 근 주세요.”

600g이라는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600g 하면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든다. 1kg은 사야 되지 않나,라는 의문이 꼬리를 물고 떠오른다. 그런데 한 근이라고 하면 명확해진다.


도량형 통일은 통치의 편리함 때문에 비롯된다. 이곳저곳 다르면 세금 걷어들이기 어렵다. 명을 내려도 흐릿해진다. 답답하다. 점점 규모가 커지고, 나라 간 거래도 많아지면 더욱 복잡하다. 다르면 나만 밑졌다고 생각한다. 해서 서로 통일된 거리, 무게, 속도, 면적이 필요하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내가 쓰던 대로 너도 쓰라고 강요한다. 그래야 내가 편하니까. 먼저 찜한다. 말 안 들으면 예전에는 칼을, 요즘은 경제력을 들이댄다. 그러다 보면 말도 안 되는 억지도 많이 부린다.


미국이 특히 그렇다. 스포츠 경기를 보다 보면 유독 많이 그런다. 프로야구 보면 죄다 마일이다. 물론 친절하게 그 밑에 km를 써준다. 투구 속도 99마일, 아하! 160km. 개 빠르군.

골프를 본다. 드라이버를 휘두른다. 공이 푸른 창공을 뚫고 힘차게 날아간다. 310야드. 와우! 283미터. 역시 프로군. 엄청 나가네.

영화를 본다. 잠수함이 나온다. 어뢰가 쫓아온다. 도망간다. 속도 20노트. 빨랑 도망가, 그러다 다 죽어! 37km다.


아메리칸 스탠더드가 곧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우긴다. 우리 맘대로 쓸 테니 싫음 말구, 막무가내다. 막가파다. 걔들은 야구도 월드시리즈라고 부른다. 쪼끄만 땅, 미국에서 하면서 월드란다. 누구 맘대로. 월드냐.


백화점 나간 아내로부터 전화가 온다. 마음에 드는 바지가 싸게 세일 중이란다. 허리 사이즈가 얼마냐구 묻는다. 석 자,라고 대답한다. 뭔 소리여. 몇 인치인지 얼릉 말하지 못해. 타박이다. 허리는 아메리칸 스타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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