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로 가는 길 (번외)

순례자의 향수

by조은


프랑스의 한 시골 순례길을 따라 걷다가 저물어가는 석양을 보면서 문득 고향이 생각났다.


고향 마을에 해가 저물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아득히 멀어진 하늘이,


큰 보자기에 담은 석양을 베풀고, 하늘에 녹은 노을이 퍼지면 이루 말할 수 없는 안도감이 마음에 가득 찼다.


이윽고 뒤따라온 밤이 친구처럼 찾아와 동네 어귀에 머물면,


여기저기 켜진 백열전구들이 처마 밑 제비집에서 나온 새들처럼 별들과 함께 반짝이며 지저 겼다.


저녁을 짓고 난 온기들은 굴뚝으로 빠져나와 하얀 입김을 밤하늘에 뿜어내 어둠을 조금씩 들어냈다.


프랑스의 순례길에서 만난 밤하늘도 다르지 않았다.


끝없는 지평선 위, 땅에 닿을 듯 하나둘씩 내려온 별들을 손꼽으려 다가서면 어느새 동이 틀 것처럼 가득했다.


별들은 천천히 땅으로 내려오는 것처럼 보여 다가서면 손으로 집을 수 있을 것 같이 빛이 났다.


예서 더 말하면 외려 지워질 것 같은 풍경이었다.


프랑스 시골 노을은 고향과 만난 적도 없이 나란하였다.


나는 넋을 잃고 보다가 눈가가 촉촉해지는 것을 느끼고 훔쳐내려 손을 들었다.


그러다 가만히 내리고 조용한 눈물이 떨어지도록 흘러서 여기 이 시골길 어딘가에 남아 이곳을 배회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두었다.


밤이 깊을수록 새벽은 밝아 올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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