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각번호 2번

누구나 자기 알이 있다.

by조은


홈플러스가 위기 상황이었을 때 있었던 일이다.


집에서 가까운 홈플러스에 장을 보러 가서 늘 계란이 놓여있던 자리로 갔다.


평소 집에서는 난각번호 3번, 4번은 빽빽한 닭장에 갇힌 닭들이 스트레스를 받으며 낳은 달걀이라 좋지 않다고 사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늘 난각번호 2번 이상을 샀다.


홈플러스 경영사정이 나빠지면서 신선식품부터 종류와 수량이 점점 줄기 시작했는데, 달걀도 예외가 아니었다.


급기야, 오늘 달걀 매대에는 태극마크가 선명한 국가대표 달걀은 사라지고, 난각번호 2번을 껍질에 새긴 국산 대신 태국산 달걀이 매대에 놓여있다.


평소 국가대표를 세우는 자리에 태국 관광객을 모신 격이어서 적지 않게 당황스럽다.


달걀이 말을 걸어올 리는 만무하지만, 나는 팟타이와 무에타이 딱 단어 2개 밖에, 아는 태국말이 없다.


태국에서 여권 없이 비행기를 탔을 이 달걀이 혹시 말을 걸어오면 큰일이다 싶어 다른 마트에서 구입하기로 했다.


다음날 퇴근길, 차를 가져가지 않아 마두역에서 백석역 부근 이마트까지 걸어갔다.


푸른 초장을 누빈 닭들이 산파 농장주의 각별한 케어를 받고 산고를 겪은 뒤 낳은 난각번호 2번 알을 구입했다.


난각번호 1번 달걀은 요새 국가대항전에 나갔는지 보기 어렵다.


달걀을 구입한 후 행여 깨질세라 조심스레 가슴에 안고 전철에 탔다.


그러다 내가 품에 안은 이 유정란들이 혹시 부화하면 어쩔까 하는 엉뚱한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설마 전철 안에서 부화하는 건 아니겠지, 삐약삐약 하는 소리가 초등학교 시절 학교 근처 문방구에서 팔던 병아리가 내던 소리처럼 아련하게 들려왔다.


그러다 오늘이 마침 어버이날인 것이 생각났다.


풀때기라곤 김치 밖에 없는 곳에 병아리는 살 수 없지만,


어릴 적 닭장 같이 좁은 집에서 어머니는 달걀 같은 아이들을 지극 정성으로 품에 품고 부화시켰다.


난간번호 2번 달걀을 사러 갔다가 어머니의 희생과 노고를 생각하는 오늘은 어버이날이다.


나는 달걀로 치면 난각번호 몇 번이니 될까? 어머니의 사랑에 보답하지 못하는 나는 언제나 알을 깰 수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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