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을 모르는 제가 토스 미니앱을 출시했어요

'AI로 딸깍'은 없었어요. 대신 경험이 있었죠

by보통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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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를 열 때, 혹시 이런 생각 안 해보셨어요?


"지금 있는 재료로 만들 수 있는 요리가 뭐야?"


유튜브, 블로그로 다양한 레시피를 검색할 수 있지만 늘 요리명으로 탐색하는 과정이었어요. 지금 가지고 있는 재료로 만들 수 있는 레시피를 추천해 주는 방식은 아니었죠.


"이미 있는 재료만으로 만들 수 있는 레시피를 알려주면 안 되나?" 오래전부터 머릿속에만 있던 생각을 AI를 통해 직접 구현해 보기로 했어요. 사실 개발을 몰라도 AI와 대화하면서 직접 서비스를 만드는 분들의 이 야기를 많이 들으면서 "나도 해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비개발자로서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지도 몰랐지만 일단 구글의 AI 코딩 도구 안티그래비티를 켰어요. 머릿속에만 있던 그 냉장고 아이디어를 들고요. 첫 대호부터 출시까지 6주가 걸렸지만 실제로 도구 앞에 앉아 있던 시간은 그보다 훨씬 짧아요. 퇴근 후와 주말의 짬을 모은 시간이었거든요.


말로 설명했더니 코드가 나왔어요


처음 2주는 눈에 보이는 그림을 이야기했어요. "냉장고 칸처럼 보이는 반투명한 카드 UI를 그려줘", "재료마다 어울리는 이모지를 붙여줘" 같은 말로요. 하지만 진전은 없었어요. 무언가 화면만 계속 만들어졌거든요. 그래서 다르게 접근하기로 했어요.


저는 계속 사업기획을 해온 사람이에요. 시장을 분석하고 사업의 방향을 정하는 일이요. 그래서 화면부터 그리는 대신 이 서비스에 대한 생각을 대화로 나누기 시작했어요. 무엇이 핵심 기능인지, 어떤 내용이 부족한지, 흐름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지를 정리했어요. 평소 일하던 방식 그대로요.


그러자 조금씩 달라졌어요. 제가 요구를 논리적으로 정리할수록 AI가 만들어주는 코드도 정확해졌거든요. 사업 방향을 문서로 정리해 설득하던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죠. 설득의 상대가 사람에서 AI로 바뀌었을 뿐이었어요.


그런데 'AI로 딸깍'은 없었어요


시작하기 전에는 저도 반쯤 그렇게 생각했어요. AI한테 말만 하면 뚝딱 만들어준다던데 하고요. 실제로 화면 하나가 나오는 속도는 놀라웠어요. 하지만 '화면이 나오는 것'과 '서비스가 되는 것' 사이에는 긴 거리가 있었어요.


원하는 결과가 한 번에 나온 적은 거의 없었거든요. 요구를 다시 정리하고 왜 이상하게 나왔는지 묻고 방향을 바꾸는 대화를 수십 번 반복해야 했어요. 데이터가 동기화, 광고가 2번 노출되는 오류, 레시피 정보가 중복 저장되는 케이스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했고, 문제를 잡느라 원인을 하나씩 좁혀가기도 했고요.


또 실제 앱인토스에 올리는 과정에서도 계속해서 수정은 필요했어요. 제가 올린 버전만 21개였어요. 돌아보면 더 효율적으로 묶어서 진행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AI는 코드를 짜 주지만 무엇을 만들지 정하는 것도, 결과가 맞는지 판단하는 것도, 어디부터 고칠지 결정하는 것도 결국 제 몫이었어요.


제 경험은 이렇게 쓰였어요


그 몫을 채운 게 뭘까 돌아보니, 화면부터 그리던 저를 멈춰 세운 사업기획의 경험이었어요.


가장 크게 쓰인 건 시장이 어디로 가는지 읽는 눈이었어요. 냉장고 재료로 만들 레시피를 보여주는 것까지는 정했는데, 조리법을 어떻게 보여줄지가 고민이었어요. 사람들이 요리 정보를 어떻게 찾는지 떠올려봤어요. 텍스트 레시피를 읽는 시대는 지난 것 같았거든요. 인스타그램만 열어도 레시피 영상이 쏟아지고, 요즘 레시피 서비스들도 유튜브 영상을 레시피로 바꿔주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었어요. 이미 흐름은 영상이었죠. 그래서 냉장고쉐프도 레시피마다 유튜브 조리 영상으로 바로 이어지게 연결했어요.


숫자를 미리 돌려보는 습관도 쓰였어요. 유저가 늘면 비용이 어떻게 될지부터 계산해 봤거든요. 그러다 레시피 1,000개를 상세 조리법으로 한꺼번에 바꾸려던 계획이 무료 API의 하루 호출 제한에 막혔어요. 답은 구조에서 찾았어요. 미리 다 만들어두는 대신 유저가 레시피를 여는 순간에만 한 번 호출하고, 그 결과를 저장해 재사용하는 방식으로요. 같은 레시피가 두 번 호출되지 않으니, 유저가 늘어도 비용이 그만큼 늘지는 않는 구조예요. 자원은 늘 부족하고 그 안에서 되는 길을 찾는 건 사업기획에서 매일 하던 일이니까요.


그렇게 심사를 거쳐 토스 미니앱으로 정식 승인을 받았어요. 앱을 따로 설치하지 않아도 토스 안에서 바로 쓸 수 있고요.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넣으면 그 재료만으로 만들 수 있는 레시피를 추천해 주는 서비스예요.


AI가 대신해 준 건 타자였지 생각이 아니었어요


완성된 서비스보다 더 크게 남은 건 감각이에요. 아이디어와 실행 사이의 거리가 생각보다 많이 가까워졌다는 감각이요. 예전 같으면 개발자를 수소문하거나 코딩 학원부터 알아봤을 거예요. 그리고 아마 시작도 못 한 채 아이디어로만 남았겠죠.


다만 그 거리를 좁혀주는 건 딸깍 한 번이 아니었어요. 무엇이 필요한지 정의하고, 시장이 어디로 가는지 읽고, 제약 안에서 구조를 다시 짜는 일이 연결되어야 했어요. 자기 일에서 쌓아온 생각의 과정이 그대로 필요했어요. AI가 대신해 준 건 타자였지 생각이 아니었죠.


머릿속에만 두고 있는 아이디어가 혹시 있으신가요? 그 아이디어를 세상에 내놓는 데 필요한 경험을 어쩌면 이미 갖고 계실지도 몰라요.



냉장고쉐프,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토스에서 바로 쓸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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