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해 뜨는 동쪽 바닷가에서
님 오시기만 기다리던 아침
돌아오마 한마디 말씀도 없이
님은 바위를 타고 먼바다로 가셨습니다
파도 위에 떠오른 바위 하나가
님을 싣고 수평선 너머로 가니
빈 바다 앞에 엎드린 나는
하늘이 무너진 줄만 알았습니다
찾고 찾아 헤매던 바위 위에
님이 벗어 두신 신발 한 켤레
품에 안고 흐느끼던 그 자리에서
바위는 나마저 싣고 떠났습니다
낯선 땅 낯선 하늘 아래서
님은 왕이 되셨다 하였지만
고향 하늘에 두고 온 달빛이
밤마다 가슴을 두드렸습니다
그 사이 서라벌 하늘에는
해도 달도 빛을 잃었다지요
님과 내가 떠나온 자리에
어둠이 내려앉았다 하였습니다
사신이 바다를 건너온 날
님은 하늘의 뜻이라 이르시며
내 손으로 짠 고운 비단 한 필
고향으로 보내라 하셨습니다
한 올 한 올 눈물로 짠 비단
고향 하늘 아래 제사를 올리니
잃었던 해와 달이 돌아와
온 나라가 다시 환해졌다지요
차라리 그 비단이 되었더라면
사신 따라 바다를 건너가서
내 고향 땅에 한 번 닿았을 것을
이 몸은 먼바다에 남았습니다
일월지에 달이 뜨는 밤이면
못 위에 해와 달이 함께 떠올라
님과 나의 이름 부르는 소리
물결 속에 천 년을 일렁입니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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