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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지 말자

알렉스 헤일리

by은파랑

꿈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어떤 꿈은 기다림 속에 어둠을 더듬어 뿌리내리고, 수없이 닿는 거절 서리를 견딘 끝에야 가까스로 꽃을 피운다. 사람들은 꽃이 열리는 순간만 바라보지만, 뒤편에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던 긴 시간이 고여 있다. 몇 번이고 소매를 잡아끌던 포기의 유혹이 그림자처럼 숨어 있다.

미국 작가 알렉스 헤일리 역시 그런 길을 걸어온 사람이었다. 대학을 중퇴하고 해안경비대에 입대했다. 작가가 되고 싶은 꿈이 가슴 한편에 등불처럼 놓여 있었지만, 넓고 거친 바다 위에서 하루하루는 의미 없이 물살에 씻겨 갔다.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은 그대로 외로움이었다. 파도는 쉬지 않고 배를 흔들었고, 밤바다는 마음속 깊은 곳까지 적막을 밀어 넣었다.

긴 시간을 견디려 글을 썼다. 처음엔 하루를 건져 올리는 일이었다. 폭풍을 만나 갑판이 기울던 날, 저녁노을이 바다를 물들이던 풍경, 별빛 아래 홀로 불침번을 서며 느꼈던 적막함 같은 것들. 종이 위로 흘러나온 문장들은 어느 틈엔가 사람들 마음을 적시기 시작했다. 동료들은 글을 읽고 감탄했고, 사랑하는 이에게 보낼 편지를 대신 써 달라고 부탁해 왔다. 글쓰기는 취미를 넘어 삶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는 무려 스무 해 동안 바다 위에 있었다.

어느 날, 조용히 마음을 정했다.

‘꿈을 이루려면 이제 배에서 내려야 한다.’

마침내 육지로 돌아왔지만, 기다리고 있던 것은 중년의 나이와 넉넉지 못한 형편, 그리고 앞이 보이지 않는 불안뿐이었다.

매일 원고를 써서 출판사로 보냈다. 돌아오는 것은 언제나 한결같은 답장이었다.

거절.

또 거절. 그리고 다시 거절.

여덟 해 동안 받은 거절 편지가 백 통을 넘었다. 봉투를 뜯을 때마다 가슴이 내려앉았다. 그때마다 꿈도 함께 접히는 것 같았다. 그래도 마음속에는 반드시 써야만 하는 이야기가 있었다. 아프리카에서 끌려와 이름마저 빼앗긴 흑인 노예들의 삶, 고통 속에서도 자신의 근원 根源을 잃지 않았던 사람들 스토리였다. 작품 제목은 ‘뿌리’였다.

처음에 삼 년이면 원고를 마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들의 역사는 생각보다 훨씬 깊은 우물이었다. 수많은 도서관을 돌며 문헌을 뒤졌고, 먼지 쌓인 기록의 갈피에서 잊힌 이름들을 하나하나 건져 올렸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끼자, 직접 아프리카로 건너갔다. 노예로 끌려가기 전 그들이 살았던 마을을 찾아가, 바람과 흙냄새 속에서 오래전 사람들의 숨결을 느끼려 했다.

조사 비용은 점점 불어났고, 출판사에서 받은 선금은 바닥났다. 빚이 쌓여 갔지만 멈추지 않았다. 노예들의 삶을 몸으로 이해하려고 거친 화물선에 오르기도 했고, 속옷만 걸친 채 지내며 그들이 겪은 고통을 제 살갗으로 겪어 보기도 했다. 수천 명의 사람을 만나 사연을 들었고, 지구를 수십 바퀴 도는 여정을 이어 갔다. 그에게 글쓰기는 역사를 잊지 않게 하는 사명이었다.

훗날 담담하게 말했다. “작가라는 한 가지에만 마음을 다했다. 하루 열여덟 시간씩 글을 쓰며 애썼다.”

열두 해가 흐르고, 쉰다섯 살이 됐다. 많은 사람이 인생을 갈무리하기 시작하는 나이에 ‘뿌리’의 마지막 문장을 썼다. 바카라은 세상에 나오자마자 독자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서른한 개 언어로 번역되었고, 800만 부가 넘게 팔렸으며, 드라마로 만들어져 깊은 울림을 전했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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