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기도라는 말은
제단 앞에 서서
간절히 소리 내어 비는 모습이라는
풀이가 있어요
그러니 기도는
처음부터 가만히 있는 일이 아니라
마음을 꺼내어 놓는 일이었지요
우리 어머니들은
새벽 우물가에서
정화수 한 사발 떠놓고
두 손을 모았어요
무엇을 달라는 말보다
잘 있게 해 달라는 말이 더 많았어요
자식 이름 하나
남편 이름 하나
그리고 맨 끝에
내 이름 하나
심리학에서는
마음에 이름을 붙여 말하면
마음이 조금 가라앉는다고 해요
무섭다고 말하면
무서움이 한 뼘 작아지고
보고 싶다고 말하면
보고 싶음이 한 뼘 따뜻해진대요
기도는 그래서
누가 들어주기 전에
내가 먼저 듣는 일이에요
소원은
무엇을 이루어 달라는 것이고
기도는
이루어지지 않아도
마음을 놓을 자리를 찾는 일이래요
그러니 오늘은
길게 말하지 않아도 좋아요
잘 지내고 있어요
조금 힘들어요
그래도 여기 있어요
이 세 마디면 되어요
괜찮아요
말이 되지 않으면
두 손만 모아도 되어요
모은 두 손 사이에
따뜻한 자리 하나 생기니까요
오늘 새벽
당신의 두 손 곁에
물 한 사발 같은 고요가
가만히 놓여 있어요
은파랑
이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 전용 콘텐츠입니다.
작가의 명시적 동의 없이 저작물을 공유, 게재 시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