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
만족이라는 말은
발이 땅에 닿았으니
이제 됐다는 말이지요
옛 어른들은
족함을 아는 사람이
가장 부자라고 했어요
노자가 하신 말씀이에요
곳간이 가득한 사람이 아니라
마음이 가득한 사람이라고요
욕심은
언제나 한 걸음 앞에 있고
만족은
지금 서 있는 자리에 있어요
어느 심리학자는
이런 사람을 '만족하는 사람'이라 불렀어요
가장 좋은 것을 끝까지 찾는 사람이 아니라
이만하면 좋다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이요
그런 사람은
고르는 일이 가벼워요
돌아서는 걸음도 가벼워요
그래서 만족한 사람은
밥상 앞에서 말이 느려져요
국물 한 숟갈
오래 삼켜요
따뜻한 밥 한 공기
창가에 걸린 저녁 햇살
옆에서 들리는 숨소리
아무것도 더하지 않아도
이미 다 와 있는 것들이에요
괜찮아요
오늘은 더 애쓰지 않아도 돼요
이만하면 되었다고
한 번만 말해 주어요
말 한마디에
당신 발이
땅 위에 가만히 내려앉아요
오늘 저녁
당신 곁에 따뜻한 밥 냄새 하나
같이 앉아 있어요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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