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속에 내리는 뿌리
신념.
사람이 한 말이
제 발로 곧게 서 있다는 뜻
지금 이 순간
마음 밑에 눌러 담은 것
그러니 신념이란
내가 한 말을
지금의 마음에 붙들어 두는 일
1968년, 심리학자 밀턴 로키치는
사람 안의 믿음들이
모두 같은 무게로 놓여 있지는 않다고 적었다.
어떤 믿음은
가지 끝에 매달린 잎처럼
바람 한 줄기에도 방향을 바꾼다.
어떤 믿음은
다른 믿음들과 뿌리처럼 얽혀 있어
뽑으려 하면 나무 전체가 흔들린다.
그는 앞의 것을 주변 신념
뒤의 것을 중심 신념이라 불렀다.
중심에 가까울수록
믿음은 더 많은 것을 떠받치고
그래서 더디게 바뀌었다.
마음에도 가지와 뿌리가 있었다.
무게를
이천 년 전에 먼저 어림한 이가 있었다.
공자의 제자 자공이
나라를 다스리는 일을 물었다.
스승은 말했다.
양식을 넉넉히 하고
군대를 넉넉히 하고
백성이 믿게 하는 것
자공이 다시 물었다.
부득이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무엇부터 버리느냐고
군대를 버리라 했다.
자공이 또 물었다
부득이 또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양식을 버리라 했다.
죽음은 예로부터
누구에게나 있었으나
백성에게 믿음이 없으면
나라가 설 수 없다는 것
무신불립(無信不立).
가장 마지막까지 쥐고 있어야 할 것을
스승은 믿음이라 불렀다.
비슷한 말로 고집이 있다.
굳게 움켜쥐고
놓지 않으려는 마음
고집이
바람이 불수록 가지를 틀어쥐는 일이라면
신념은
바람이 불수록 뿌리를 더 깊이 내리는 일
가지는 흔들려도 좋았다.
뿌리가 제자리에 있다면.
바람은 오래 불었고
몸은 여러 번 기울었지만
넘어지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땅속에서
뿌리가 먼저
흙을 움켜쥐고 있었기 때문
신념이란
소리 높여 흔드는 깃발이 아니라
바람이 지나간 뒤에도
같은 자리에 남아 있는
한 그루 나무의 침묵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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