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은
개들에게 피할 수 없는 충격을 주고
다음 날 낮은 담이 있는 상자에 넣었다.
담 하나만 넘으면 충격이 멈추는 곳이었다.
그런데 개들은 뛰어넘지 않았다.
웅크린 채 고통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
그는 그것을 학습된 무기력이라 불렀다.
애써도 달라지지 않는 시간을 오래 겪으면
문이 열려 있어도
나갈 수 있다는 믿음부터 사라진다.
그 사람을 만나기 전날이면
마음이 먼저 무거워졌고
말해 봐야 소용없다는 생각이
말보다 앞서 입을 막았다.
설명하고 해명하느라 하루가 다 가고
돌아오는 길엔 내가 한 뼘 줄어 있었다.
그런데도
다음에는 달라질 거라고 되뇌며 앉아 있었다.
신호는 큰 소리로 오지 않았다.
달라지길 바라는 마음이
조용히 체념으로 바뀌는 순간
신호가 결론은 아니다.
다만 마음이 보내는 소리를
못 들은 척하지 않겠다는 약속
담 너머를 한 번 올려다본다.
넘을 수 있는 높이인지
먼저 확인해 보려 한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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