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 무료

관계의 피로

by은파랑

1974년, 미국 뉴욕의 한 무료 진료소
심리학자 허버트 프로이덴버거는
사람을 돌보는 일을 하던 이들이
어느 날부터 말수가 줄고
마음이 먼저 퇴근해 버리는 것을 보았다.

그는 그 상태에
번아웃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불이 꺼진 것이 아니라
오래 태우다 재만 남은 마음

처음엔 누구나 열심히 다가간다.
연락에 먼저 답하고
기분을 먼저 살피고
약속이 겹쳐도 어떻게든 시간을 낸다.

그러다 어느 날
울리는 휴대폰 앞에서
반가움보다 한숨이 먼저 나온다.

그것이 정이 식은 탓이라 여겼다.
내가 차가워진 것 같아서
혼자 조용히 부끄러워했다.

하지만 피로는 변심이 아니었다
너무 오래 건넨 마음이
돌아올 자리를 찾지 못했다는 신호

배터리가 다한 등불을 탓하는 사람은 없다.
충전이 필요할 뿐

오늘은 답장을 하루쯤 미뤄 두고
아무도 살피지 않는 저녁을
나에게 선물해 본다.


은파랑

이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 전용 콘텐츠입니다.
작가의 명시적 동의 없이 저작물을 공유, 게재 시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brunch membership
은파랑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은파랑은 얘기꾼입니다.

5,292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324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345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16화건강한 관계와 홀로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