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이상 신호

by은파랑

1936년, 젊은 연구자 한스 셀리예는
쥐에게 여러 가지 물질을 주사하며
저마다 다른 반응이 나타나리라 기대했다.

그런데 약이 달라도
쥐의 몸에서는 같은 일이 벌어졌다.
부신이 부풀고
위벽에 상처가 돌았다.

그는 알아차렸다.
몸은 원인이 무엇이든
너무 큰 부담 앞에서는
같은 방식으로 신호를 보낸다.

그가 정리한 순서는 세 걸음이었다.
먼저 경보가 울리고
다음에는 버티는 시간이 이어지고
끝내 바닥이 드러난다.

그것을 스트레스라 불렀다.
무너지기 전에 몸이 먼저 건네는
가장 정직한 편지였다.

마음에도 그런 편지가 온다.
잠이 얕아지고
입맛이 달라지고
좋아하던 일이 시들해지고
작은 말에 쉽게 날이 선다.

그 편지를 오래 뜯지 않았다.
피곤해서 그렇다고 했고
날씨 탓이라고 했다.

괜찮다는 말로 봉투를 덮으면
경보도 함께 멎을 줄 알았다.

그러나 신호는 사라지지 않고
조금씩 목소리를 키웠다.

새벽에 자꾸 눈이 떠졌고
웃어야 하는 자리에서
웃음이 한 박자 늦게 도착했다.

그제야 알았다.
이상 신호는 나를 흔드는 고장이 아니라
나를 지키려는 마음의 호출이었다.

신호를 읽는 일은
나를 의심하는 일이 아니라
나에게 귀를 여는 일이었다.

그 신호가 오래 이어진다면
혼자 견디는 것으로 끝내지 않아도 된다.
감기에 걸렸을 때 병원을 찾듯
마음에도 곁에 앉아줄 사람이 있다.

울리고 있는 작은 경보 앞에 멈춰 선다.

꺼버리려 하지 않고
무엇이 그렇게 무거웠는지
가만히 물어본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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