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꾸려는 손을 거두면 사람이 보인다

by은파랑

1968년, 하버드의 심리학자 로버트 로젠탈은
샌프란시스코의 한 초등학교를 찾아가
교사들에게 명단 하나를 건넸다.

이 아이들은 곧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사실 명단은 무작위로 뽑은 이름들이었다.

여덟 달이 지나
아이들의 점수를 다시 쟀을 때

명단에 오른 아이들은
정말로 더 많이 자라 있었다.

아이들이 달라진 것이 아니었다.
교사의 눈이 달라져 있었다.

더 오래 바라보았고
더 기다려 주었고
더 다정하게 이름을 불렀다.

로젠탈은 그것을 기대 효과라고 불렀다.
사람은 누군가 바꾸려 할 때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믿어줄 때 움직인다.

오랫동안
소중한 사람을 고치려 했다.

말투를 다듬어주고
습관을 지적하고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조금씩 등을 떠밀었다.

그럴수록 그의 어깨는 굳었고
우리 사이의 거리는 조금씩 넓어졌다.

바꾸려는 말은
그에게 이렇게 들렸을 것이다.
지금의 너로는 부족하다.

화분 속 꽃도 그렇다.
억지로 줄기를 당긴다고 피지 않는다.

볕을 들이고
물을 건네고
기다릴 때 비로소
스스로 고개를 든다.

사랑은 상대를 내 모양으로 빚는 일이 아니라
그가 그의 모양으로 자랄 수 있도록
곁에 머무는 일이었다.

로젠탈은 이미 알고 있었다.
사람을 바꾸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바꾸려 하지 않는 것

바꾸려는 손을 거둔 자리에
비로소 그 사람이
있는 그대로 서 있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은파랑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은파랑은 얘기꾼입니다.

5,255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281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300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09화흔들리는 나무는, 뿌리로 버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