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나는 그의 옆이 좋았다

by은나무


주유소엔 기숙사가 있었다.

나는 고등학생 무렵부턴 거기서 지내게 됐다.


집이 너무 낡고 시골집이라 샤워도 빨래도 불편했고

솔직히 집에 딱히 가고 싶지도 않았다.


여자방은 나 혼자 썼다.


그는 집이 버스로 한 시간 이상이라

마찬가지로 주유소에서 숙식했다.


나는 고2를 중퇴하게 되어 풀타임 근무였고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군대 가기 전이라 마찬가지로

풀타임 근무를 했다. 하루 12시간씩.


그렇게 우리는 매일 같이 일하고

일이 끝나면 주유소 앞 치킨집에 갔다.

일인 일치킨에 생맥주 한 잔.


그게 하루의 낙이었다.

별거 없는데 그 시간이 좋았다.


그는 어른들한테도 신뢰받는 친구였다.

바카라임감 있다, 성실하다. 다들 그렇게 봤다.

나는 작고 가난했고 사람들이 무시할 수도 있는

처지였는데 그 친구랑 같이 다니면서 나도 달라 보였다.


우리 둘을 다들 건전하게 예쁘게 봐줬다.

그게 나한테는 생각보다 큰 일이었다.


어느 날 엄마가 주유소에 기름을 넣으러

왔다가 그를 봤다. 몇 번 마주치더니 엄마가 말했다.

성실하고 착해 보인다고.


쉬는 날엔 같이 그 친구 집에 인사하러 가면

부모님 두 분 모두 좋아하셨다.

싹싹하다고 예쁘다고….

그때 처음으로 어른들한테 그런 말을 들어봤다.


그 사람 옆에 있을 때 나는 처음으로 괜찮은 사람인 듯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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