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지 않는 사람과
생각하는 기계

AI 교육을 하면서 느낀 소회

by김응석

최근 생성형 AI 교육을 진행하는 기회가 많이 있습니다. 강의실에서 만나는 수강생분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AI를 대하는 대중의 기대와 오해를 접할 때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입니다.




교육 현장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대개 비슷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어떤 기능을 하나요?", "엑셀처럼 데이터 분석도 다 자동으로 해주나요?" 등등...

이 질문들을 들을 때마다 질문하는 분들이 이런 심리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바로 '내가 구태여 길게 설명하거나 골치 아프게 깊이 고민하지 않아도, AI가 알아서 내 마음을 딱 읽고 마음에 쏙 드는 결과를 뚝딱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 같은 것입니다. 마치 AI를 내 머릿속을 훤히 들여다보는 독심술사나 만능 요술램프로 대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과거의 컴퓨터 교육을 떠올립니다. 우리는 아주 오랫동안 파워포인트 도형 맞추기, 엑셀 VLOOKUP 함수, 포토샵 레이어 다루기 같은 '기능 중심'의 학습에 익숙해져 왔습니다. 이 도구들은 정해진 매뉴얼대로 입력하면 약속된 결과가 나오는 정량적인 도구였습니다. 데이터 분석 역시 정해진 수식과 필터를 적용하는 기술적인 영역에 가까웠기에, 통계 분석 프로그램의 사용법 중심 교육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생성형 AI는 결코 이전의 소프트웨어들과 같지 않습니다. 이 생각하는 기계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의 '뇌력(腦力)'만큼만 작동합니다. 예컨대 AI에게 데이터 분석을 지시하더라도, 분석의 목적이 무엇인지, 어떤 가설을 검증하려는지 질문자가 스스로 정의하지 못한다면 AI가 내놓는 답변은 숫자를 적당히 나열한 평범한 껍데기에 불과합니다. 질문하는 사람이 비즈니스의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고, 구조적으로 사고할 줄 모르며, 정보를 걸러낼 비판적 시각이 없다면 아무리 화려한 프롬프트 기술을 써도 소용이 없습니다. 내가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기계 또한 깊이 있는 답을 결코 내놓지 못합니다.


교육할 때, 수강생분들에게 고민을 통해 생성형 AI를 활용해야 는 절차를 알려드리는데 , 이전 도구 교육처럼 기능 중심의 질문을 받으면 이런 생각을 하게 듭니다.


『 생성형 AI를 활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정말 큰 위기(Risk)는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다. 인공지능이라는 영리한 기계 뒤에 숨어, 스스로 생각하기를 멈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기계가 대신 머리를 써주니 내 뇌는 갈수록 게을러지고, 결국 기계가 내놓은 그럴듯한 답변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며 도구의 노예로 전락해 가는 것이다. 』


생성형 AI 교육의 패러다임은 이전의 도구 교육과는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명령어(프롬프트)를 입력해야 하는지 가르치는 단편적인 기술 교육이 아니라, '무엇을 질문할 것인가'를 스스로 판단하는 인간이 가진 본질적인 사고 능력을 향상하는 형태의 교육이 되어야 합니다.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분석력, 기계의 답변을 끊임없이 의심하는 비판적 사고력, 그리고 자신이 몸담은 현장을 깊이 이해하는 도메인 지식이 교육의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일찍이 질문의 본질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질문하기를 멈추지 않는 것이다. 호기심은 그 자체만으로 존재 이유가 있다."

이 명언은 생성형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욱 큰 울림을 줍니다. AI가 던져주는 빠르고 그럴듯한 '답변'에 쉽게 만족해 질문하기를 멈추는 순간, 인간의 호기심과 사고력은 퇴화하기 시작합니다. 기계가 답을 쏟아내는 시대일수록, 우리는 더 집요하게 질문을 던져야 하며 질문의 끈을 놓지 않는 호기심을 유지해야 합니다.


결국 생각하는 기계를 지배하는 것은, 더 깊이 생각하고 끝없이 질문하는 인간입니다.


새로운 기술을 전달하는 강사로서 수강생들에게 화려한 프롬프트 기술이나 도구의 기능을 쥐여주기보다, 그들이 호기심의 불꽃을 꺼뜨리지 않고 멈추지 않으며 질문할 수 있도록 '생각하는 무기'를 더 날카롭게 갈고닦아 주는 일에 힘써야겠다고 다짐하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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