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니 가게 앞에 회색 차가 한 대 보인다. 5201. 몇 번 봤던 번호다. 오늘도 주차 콘을 사정없이 밀어 찌그러뜨린 채 주차를 해놓았다.
내 것, 내 공간은 인간들이 세상을 편리하게 살기 위해 만든 개념일 뿐 절대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순간 치미는 감정을 자제하기 어려웠다. 손님들과 건물 입주자들이 차를 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물건을 함부로 대하는 태도에 흥분이 쉬 가라앉지 않는다.
문 앞에서 기다리던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고, 평소 루틴대로 바로 앞의 공원에서 몸을 움직여 풀어준다. 오른팔, 왼팔을 하늘로 높이 뻗으며 저 차를 어쩌면 좋지 생각한다. 다시 들어와 조그맣게 만들어둔 숨틈집(명상 공간)에 앉았다. 눈을 감고 마음을 가라앉히려 해도 찌그러진 주차 콘이 머릿 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현장의 사진을 찍고, 커터칼로 종이를 잘라 굵은 펜으로 썼다.
“비용 청구합니다. 찌그러뜨리지 마세요.”
쓰고 보니 너무 경고 같지 않아 오히려 신경이 쓰인다. 한 줄 더 추가.
“비용 청구합니다. 찌그러뜨리지 마세요. 더는 안 참을게요.”
주차자는 전에도 그랬듯, 베이킹에 몰두하는 동안 슬그머니 사라질 것이다. 빈자리에 남아 찌그러진 기둥을 제자리로 옮기며 또 한 번 괘씸하겠지. 어떻게 하면 재발을 막을 수 있을까 고민해본다. 감정적 호소가 통하는 사람이라면 애초에 매장 앞, 주차금지를 보고 차를 댔을 것 같지 않다. 다른 사람들은 누구도 이곳에 차를 대지 않으니까. 그렇다면 이 차주의 생각은 남들과는 다르다는 것이 확실하다. 그리고 그건 잘못이 아니라, 그냥 그런 것이다.
다만 더는 가게 앞에서 보지 않길 바라고, 주차 콘을 보호했으면 좋겠다.
차로 밀면 자리가 난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주차 콘과 체인을 추가로 주문했다. 그것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일이니까. 하지만 계절과 날씨, 타인처럼 몸 밖에 있는 것 중 나의 통제 범위에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누구나 있는 그대로 존중받기를, 자유를 원하니까.
수많은 개성이 어울리고 충돌하며 살아가는 세상은 자연이다. 자연에게 화내고, 비난하며 감정을 쏟아봐야 무슨 소용일까.
바람에 나부끼던 종이에서 스카치테이프를 떼어내는 순간,
문제에 대한 집착도 홀연히 사라졌다.
별과 지구, 지구 속의 나라들, 나라 안의 동네들.
그 동네에 사는 동물과 식물들.
집과 정원, 빵과 바카라, 혹은 음악들.
그 안에서 하나로 이어진 우리이자, 내 안에 언제나 고요히 머물고 싶다.
- 2026년 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