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난소 나이를 벌써 알고 싶진 않았다.

AMH 검사로 매겨진 가임력 이야기

얼마 전 20대 친구 둘이 진료실을 찾았다. 같은 날 검사를 받고 결과를 확인하러 온 그들은, 누구의 난소 나이가 더 어리게 나올지를 두고 점심 내기를 했다며 해맑은 표정으로 물었다.


"선생님, 저희 중에 누가 더 '어리게' 나왔어요? 점심 내기했거든요!"


작년부터 시행된 국가 ‘임신 사전건강관리 지원사업’ 덕분에 산부인과의 문턱이 낮아졌음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20세부터 49세까지, 가임기 남녀라면 여성은 최대 13만 원(AMH 및 부인과 초음파), 남성은 5만 원(정액 검사)의 검사비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임신을 준비하는 부부뿐만 아니라, 대상 연령대의 일반 여성들도 자신의 ‘가임력’을 확인하려 내원하곤 한다. 하지만 숫자로 치환된 누군가의 가임력을 '나이'라는 단어로 선고해야 하는 임상의로서, 내 마음은 사실 그리 가볍지만은 않았다.


흔히 '난소 나이 검사'라고 불리는 AMH(Anti-Müllerian Hormone, 항뮬러관 호르몬) 검사는 사실 난소 안에 남아 있는 난자의 수를 짐작게 하는 지표다. 난포에서 분비되는 이 호르몬은 난소 안에 난자가 많으면 높게, 적으면 낮게 측정된다. 예를 들어 25세 여성이 검사했을 때 수치가 10이 넘게 나오면 '20세 중간값'으로 자신의 나이보다 어리게, 만약 1.0 정도로 낮게 나오면 '40세 중간값'으로 자신의 나이보다 많게 결과지에 표기된다. 사람들은 이 숫자를 보고 자신의 난소가 얼마나 젊은지, 혹은 늙었는지를 마치 성적표처럼 받아들인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간과해서는 안 될 사실이 있다. AMH는 난자의 '수량'을 말해줄 뿐, 난자의 '질(Quality)'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20대의 AMH 수치가 본인 나이보다 훨씬 높게 나왔다고 해서 반드시 기능이 뛰어난 것은 아니다. 만약 수치가 너무 높고 생리가 불규칙하다면 이는 '다낭성 난소 증후군'을 시사하는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수치가 낮다고 해서 당장 조기 폐경을 의미하거나 임신이 불가능하다는 선고는 아니다. 이는 난소 안에 남아 있는 난자의 '개수'가 또래에 비해 적다는, 일종의 '난소 예비력'이 저하된 상태를 뜻한다.


임상의로서 나는 이 수치가 낮게 나온 환자들에게 이것이 난자의 '질'이 나쁘다는 뜻은 아니라고 안심시키곤 한다. 다만 난소의 시계가 남들보다 조금 더 빨리 흐르고 있다는 '경고등'으로 받아들이라고 조언한다. 지금부터라도 난소 건강에 해가 되는 흡연과 음주를 삼가고, 급격한 다이어트를 중단하고, 과도한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등 생활 습관을 교정하는 노력이 절실하다는 뜻이다. 만약 결혼이나 임신 계획이 멀었다면 난자 동결과 같은 가임력 보존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해 볼 시점이라는 대처 방안을 함께 제시하기도 한다.


사실 본래 AMH는 난임 환자들에게 매우 소중한 지표였다. 시험관 시술이나 인공수정을 앞두고 배란 유도를 할 때, 약물에 대한 난소의 반응이나 적절한 약물 용량을 결정하는 전문적인 기준이었기 때문이다. 모든 환자에게 시행하던 검사는 아니었다. 하지만 정바카라적 지원과 함께 이 검사가 대중화되면서, 여성들은 굳이 알지 않아도 될 '자신의 난소 나이'를 마주하게 되었다. 물론 결혼을 준비 중이거나 임신 계획이 있는 분들에게는 더 나빠지기 전에 대비할 수 있는 유용한 정보가 되겠지만, 단순한 호기심으로 검사를 받았다가 본인의 나이보다 낮게 나온 결과에 좌절하고 불안해하는 여성들을 볼 때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저출산 시대에 소중한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이 지원사업이 조금 더 효율적이고 실질적으로 출산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쓰였으면 하는 바람을 지울 수 없다. 단순히 '누가 더 젊나'를 내기하는 유희의 대상이 되기엔, 가임력이라는 가치는 훨씬 더 숭고하고 무거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내가 이 사업을 전부 부인하지 않는 이유는 함께 지원되는 '부인과 초음파'에 있다. 초음파 검사를 하면서는 이 기회가 아니었으면 몰랐을 자궁의 혹이나 난소의 낭종 등 자궁과 난소의 상태를 확인하며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경우를 많이 접하게 된다. 평소 별다른 증상이 없거나 단순한 생리통만으로는 산부인과 검진을 꺼리기 마련인데, 정부 지원을 계기로 내원했다가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정기적인 관리를 시작하는 모습은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다. 초음파는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여성의 전반적인 생식 건강 상태를 육안으로 확인시켜 주는 소중한 통로가 되어준다.


난소 나이... 사실은 난소의 나이가 아닌, 난포가 내보내는 호르몬을 통해 난소의 상태를 측정하는 AMH 검사. 임상의로서 나는 이 검사를 모든 여성에게 무분별하게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숫자가 한 사람의 가능성을 결정하거나 미래를 확정 짓는 잣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그 결과가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누군가에게는 적절한 대비바카라이 되는 건강한 도구가 되길 바란다. 당신의 가치는 검사지에 찍힌 소수점 한 자릿수의 숫자보다 훨씬 더 크고 아름답다는 사실을, 여성들이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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