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뷰가 아니니까
최근에 나혼산이 난리였다. 배우 김민 편 얘기이다. 지난 주에 처음 방송된 것 같은데 이번 주에 두 번째 방송을 손꼽아 기다릴 정도이다. 내가 뭘 잘못 봤는지, 집이 90년 된 구옥이라는 걸 나 혼자서 99년생 배우로 잘못 알아듣고는 우와 99년생이 저런 걸 다 안다고? 무슨 삶을 산 거야? 하고 흥미롭게 보다가 나중에 82년생이라는 걸 알고는 그렇지, 그 정도 연륜은 되어야(=내 또래는 되어야) 저 감성이 진짜인 거지, 했었다. 밀레니얼인 나에게 그동안 배우 김민이란, 이국적으로 생긴 73년생 여배우였는데 (이분 본명은 네이버를 찾아보니 김민정인 것 같고) 이제는 명실상부 동두천 출신 남자 배우 김민이 나를 포함한 대한민국 사람들의 머리에 각인되었다.
그런데 며칠 지나고 인터넷은 다른 걸로 들끓었다. 아마 제작진의 지난 과오들 때문이겠지만 시청자들이 의심부터 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나혼자 산다>이지 <나는 자연인이다>가 아니다. 시청자들은 아마도 내가 그를 99년생으로 착각했던 것처럼 아마 착각을 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평소에 청소가 매우 귀찮은 나는 집을 청소하기 위해 친구들을 부를 때가 종종 있는데 누구를 초대해야만 청소를 하게끔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배우님도 그런 거 아닐까? 누가 와야만 마당에 풀을 베고 걸레질을 하는 나처럼.
진짜 무서운 건 따로 있었다. 바로 일부 누리꾼이 로드뷰를 통해 배우의 집주소를 알아낸 건데 이건 시골주택에 사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굉장한 공포이다. 온라인에서 이런 난리가 난 김에 우리집 주소의 로드뷰를 살펴봤는데 몇 년 전 겨울의 모습으로 집이 싸늘하게 있었다. 내가 만약 이 집을 공개하는 콘텐츠에 출연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사계절 안팎으로 시시각각 바뀌는 시골 주택의 모습을 어쩌란 말인가. 시시각각 바뀌는 내 마음을 어쩌란 말인가. 어제는 종이컵에 커피를 마셨지만 오늘은 헤렌드에 커피를 마시고 싶어서 그렇게 했다면, 그게 바뀌었다고 욕먹을 일인가 그게? 2N년차 방송작가가 바로 나인데, 나라면 촬영차가 들어오기 쉽게 우리집 앞마당 철쭉 따위 다 밀어버려도 상관없다고 말할 것 같은데 그러면 그것도 구설수에 오르게 되는 건가? 다행인 것은 김민 배우가 그런 것 따위에 동하지 않을 나이와 멘탈인 것이다. (그렇다고 믿고 싶다) 불혹을 넘긴 우리들은 미혹되지 않을 수 있으니까. 사람들은 본인들이 갖지 못한 그의 chill함에 그저 꼬투리를 잡고 싶었던 것뿐 아닐까.
우리집 로드뷰 문제는 좀 생각해봐야겠다. 집을 가리든지, 담을 쌓든지, 나무를 더 심든지 해야 밖에서 안 보일 것 같다. 안 그래도 이 집은 뭔가..하고 아무렇게나 들어와서 구경하고 나가는 사람들이 많아 골치인데 사람들이 심심하다고 남의 집 로드뷰까지 열어본다는 걸 알았으니 가만히 있을 수가 있나.
(빈집인 줄 알고 마당에 오줌을 싸고 간 아줌마도 있었다 CCTV 있어요. 촬영 중이라고 대문에 대문짝하게 붙여놨는데..?)
* 명실-상부(名實相符)
「명사」
이름과 실상이 서로 꼭 맞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