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카메라
아버지는 예순다섯, 은퇴하시던 해에 사진을 배우기 시작하셨다.
문화센터의 사진반에 덜컥 등록을 하시더니, 어느 날부터 목에 카메라를 걸고 다니셨다. 처음엔 그저 소일거리려니 했다. 그게 스무 해를 이어질 줄은, 그때는 아무도 몰랐다.
아버지에게는 같은 취미를 가진 친구 세 분이 있었다. 네 분은 팀을 이뤄 전국의 축제를 찾아다니셨다. 봄이면 꽃을 좇아, 가을이면 단풍을 좇아. 손수 운전을 하고, 종일 걷고, 셔터를 누르고. 가는 길에 소문난 맛집이 있으면 그곳도 빼놓는 법이 없었다.
찍은 사진을 모아 전시회도 두어 번 여셨다. 작은 전시장 벽에 당신의 사진이 걸리던 날, 아버지의 표정을 나는 아직 기억한다.
그렇게 예순다섯부터 여든다섯까지, 무려 20년이었다.
친구들과 전국을 누비며, 그토록 즐겁고 활기차게.
돌아보면 아버지는 참 현명한 분이셨다. 은퇴를 끝이 아니라 '시작할 거리'로 바꿔놓으셨으니까. 카메라 한 대가 스무 해의 건강과 우정과 즐거움을 데려다준 셈이다. 지금도 아버지는 아침마다 손주들과 우리에게 사진 한 장을 보내신다. 오늘 본 하늘, 오늘 핀 꽃. 그리고 "좋은 아침"이라는 짧은 한마디.
그 사진을 들여다보다가, 나도 모르게 멈칫했다.
아, 맞네. 나도 사진 찍는 거 좋아하잖아.
빈 종이 앞에서 그렇게 막막하던 질문에, 답이 하나 더 적혔다. 여행, 꾸준히 하는 것, 그리고 사진. 거창한 데서 온 답이 아니었다. 늘 곁에 계시던 아버지가, 20년에 걸쳐 조용히 보여주고 계셨던 것뿐이었다.
찾았다. 내가 좋아하는 것.
어쩌면 우리가 찾는 답은 멀리 있지 않은지도 모른다. 이미 곁에서 누군가 살아 보여주고 있을 뿐, 우리가 너무 바빠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것일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