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오전에 중요한 미팅이 있어 베이스 화장만 하고 시간이 촉박해 서둘러 버스에 탔다.
습기가 머금은 축축한 공기는 얼굴에서 송골송골 땀이 맺히게 했다.
아! 꿉꿉하다.
바로 앞에서 버스를 놓쳤기에 연달아 온 버스는 텅 비어서 왔다.
아싸!
약간 높은 뒷자리에 앉아 미처 못한 화장을 위해 핑크색 파우치를 조심스럽게 열었다.
웬만하면 공공장소에서 하는 화장은 지양하고 싶은데 그게 급할 때는 또 안 할 수가 없다.
덜컹덜컹 급정거를 하는 기사님
파우치를 무릎에 올려놨다가는 쏟을 것만 같았다.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를 피하려고, 왼쪽 옆구리에 파우치를 끼어 단단히 붙들고
차가 정차할 때마다 눈썹도 그리고 입술도 그렸다.
완전 정성껏 화장을 할만한 여건이 안 되니 그만 멈추고, 내릴 정거장 바로 전에 파우치를 잠깐 무릎 위에 놓았다.
아니! 이런
급정거와 함께 내 파우치 속 물건들은 우르르 바닥으로 쏟아졌다.
그 순간 립스틱들, 눈썹 케이크(2-3가지 색상의 파우더로 구성된 키트), 파우더 팩트. 뷰러(속눈썹을 말아 오리는 도구) 등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다.
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
이렇게 버스 안에서 주목받고 싶지는 않은데...
그런데 버스 안 사람들이 한 분 두 분...
내 물건들을 주워 주시는 게 아닌가!
이렇게 고마울 데가 있을까!
정말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부끄러움에 목소리가 움츠러들고 어찌할 바를 몰랐지만, 너무나 고마워서 감사하다고 목청껏 큰소리로 얘기했다.
혹시 못 주운건 없는지 목을 쭉 빼고 두리번거리던 내게 파란 옷에 안경을 쓴 아저씨가 말씀하셨다.
"이제 없어. 내가 다 주웠어"
뭐라 잔소리하지 않으시고 굴러다니는 화장품들을 하나하나 주워 주신 분들 덕분에 아침부터 마음이 넉넉해지고 촉촉해졌다
오늘 아침 18번 마을버스에서 마구 굴러다니던 제 화장품을 주워 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
저도 더 사랑 베풀며 살겠습니다

#마을버스 #화장품 #파우치 #부끄러움 #고마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