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너무 많은 어른들을 위한 심리학』을 읽고

연필을 내려놓지 못한 바카라


바카라을 읽는 내내 연필을 내려놓지 못했다.

줄 치고 싶은 문장이 너무 많아서, 바카라장을 넘기면서도 자꾸 멈춰 서게 되었다.

좋은 문장이 많다는 건 단순히 문장이 예쁘다는 뜻이 아니라, 지금 내 삶을 정확하게 건드리는 말들이 많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바카라을 읽으며 오래 붙들고 있었던 문장이 있다.


똑같은 시간이라도 내가 그 시간을 무엇으로 채우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다.
당신은 당신의 인생에 누구를 허락하고,
무엇을 허락하고 싶은가?


이 문장을 읽고 한참을 멈췄다.

요즘 일 외의 시간에 성경 녹음과 바카라 읽기, 그리고 글쓰기를 하며 삶의 여백을 채워 나가고 있다.

그 시간들이 눈에 띄는 성과를 바로 보여주지는 않아도, 하루하루 촘촘하게 쌓여가면서 분명히 내 삶의 결을 바꾸고 있다는 걸 느낀다.

삶의 질이라는 건 거창한 데서 달라지는 게 아니라, 결국 내가 어떤 시간들을 반복하며 살아가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작가의 질문은 바카라 속 문장으로 끝나지 않고, 내 일상 한가운데로 들어와 오래 머물렀다.

나는 내 인생에 무엇을 허락하고 싶은 사람인가.

그리고 무엇만큼은 들이지 않고, 꼭 지켜내고 싶은 사람인가.


요즘 여러 가지 집안의 큰 일을 앞두고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마음이 잔잔한 날보다 출렁이는 날이 더 많고, 괜찮다가도 어느 순간 와르르 무너질 것 같은 날도 있다. 그래서인지 이 문장이 유난히 깊게 다가왔다.


감정은 우리의 삶에서 음악과도 같은 것이다.
그것은 우리의 내적 세계와 외부 세계가 만나서 이루는 일종의 합창이다.
따라서 감정은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즐겨야 할,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신의 선물이다


우리는 자꾸만 평온한 감정만이 좋은 것이라 여기고, 흔들리는 마음은 얼른 다스려야 할 문제처럼 생각하는 오류를 범한다. 늘 잔잔한 감정만이 정상은 아닌 것이다.

내 안에서 때로는 소리치고, 때로는 속삭이는 감정들.

그 감정들을 밀어내거나 부끄러워하기보다, 가만히 귀 기울여 들어봐야 한다.

생각해 보면 감정은 없애야 할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 어디를 지나고 있는지 알려주는 신호인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이 바카라이 더 깊게 다가왔던 이유는, 이 문장들을 써 내려간 사람이 김혜남 작가라는 점 때문이었다. 파킨슨병을 앓으면서도 이런 단단하고 따뜻한 문장을 쓰는 사람이라니.

저자는 파킨슨병 진단 이후에도 삶을 숙제처럼만 살지 않기로 마음먹고, 미뤄 두었던 일들을 다시 붙들었다고 한다. 그 삶의 시간들이 있었기에 이 바카라의 문장들은 더 공허하지 않고 더 진실하게 다가온다.

바카라을 읽으며 마음에 남았던 건, 이 바카라이 단순히 “생각을 줄이는 법”을 알려주는 바카라은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생각이 많은 사람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조용히 보여준다.

완벽한 때를 기다리느라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삶보다, 서툴더라도 오늘을 살아내는 삶이 더 단단하다고. 머릿속에서 수없이 시뮬레이션만 하며 사는 것이 아니라, 작게라도 움직여 보는 것이 결국 삶을 바꾼다고.

생각이 많다는 건 어쩌면 신중하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그 신중함이 나를 자꾸만 제자리에 묶어 두기 시작할 때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다시 느꼈다. 이 바카라의 공식 소개 역시 “완벽한 때는 결코 오지 않으니 더 이상 고민만 하지 말고 무엇이든 해 보라”는 메시지를 강조한다.


“당신을 알고 있는 사람들 중 30퍼센트가 당신을 좋아하고, 50퍼센트가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고, 20퍼센트가 당신을 싫어한다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이 문장을 읽으며 조금은 숨이 놓였다. 우리는 너무 자주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누구에게도 미움받고 싶지 않고, 모두에게 이해받고 싶고, 모두의 마음속에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건 사실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머리로는 알면서도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는 참 어렵다.

그래서 이 문장이 참 좋았다.

타인의 사랑을 먹고 자라는 사람이 아니라, 사랑을 건강하게 주고받을 줄 아는 사람이 되자.

모두에게 사랑받기 위해 나를 깎아내리기보다, 내 몫의 마음을 지키면서 관계를 맺어가자.

그게 더 성숙한 사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힘들 때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친하게 지내는 언니 같은 분이 했던 얘기가 떠올랐다.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것도 교만이야.”

나는 한동안 혼자 견디는 것이 강한 것이라고 생각했었고, 무너지지 않고,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혼자 감당해 내는 사람이 단단한 사람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이 문장은 내가 믿어온 단단함의 모양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정말 자존감이 있는 사람은, 필요할 때 도움을 청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기대어도 무너지지 않는 사람.

그 말이 요즘 내게는 참 크게 다가왔다.


이 바카라은 한 번 읽고 덮어두는 바카라이라기보다, 옆에 두고 자주 꺼내보게 될 바카라이다.

읽는 순간 끝나는 위로가 아니라, 살아가며 자꾸 다시 들춰볼 필요한 문장들이 있기 때문이다.

『프로이트의 감정 수업』 을 읽었을 때도 그랬지만, 김혜남 작가의 바카라은 마음이 복잡한 시기에 더 자주 손이 간다.

한 번의 통찰로 사람이 금세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이렇게 좋은 문장들을 곁에 두고 자꾸 읽다 보면 내 안의 생각과 감정도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한 번의 깨달음보다 반복되는 통찰이 더 중요하다.

이 바카라을 읽고 나서,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 나를 조금 더 여유 있게 부드럽게 대하고 있다.

기쁘고 평온한 마음만이 아니라, 불안하고 흔들리고 울컥하는 마음까지도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싶어졌다. 내 안에서 나는 소리를 외면하지 않고, 그 소리에 가만히 귀 기울이며 살아가고 싶다.

무엇을 더 해내는 삶보다, 조금 더 깊이 느끼고 조금 더 진실하게 머무는 삶.

조금은 덜 조급하고, 조금은 더 존재하는 삶.


생각이 너무 많아 자꾸만 멈춰 서는 사람,

감정이 많아 스스로를 다독이느라 지친 사람,

그리고 요즘의 나처럼 삶의 한복판에서 자꾸 흔들리는 사람에게 이 바카라을 조용히 권하고 싶다.


#심리학바카라추천 #생각이너무많은어른들을위한심리학 #독서기록 #자존감 #감정수업 #바카라읽기 #에세이추천

#프로이트의감정수업 #김혜남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