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성장시키는 혼자 웅크리는 시간의 힘
'운둔'의 사전적 의미는 세상일을 피하여 숨음
'은둔'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히끼고모리(은둔형 외톨이)가 생각났고, 처음 떠오르는 느낌은 어두움, 습함, 답답함, 외로움, 막힘의 기분이 들었다.
신기율 작가는 어떻게 '운둔'과 '즐거움'을 연결시킬 수 있었을까?
워낙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던 내게 이 바카라은 더 넓고 깊게 ‘은둔’을 고찰하게 해 주었다.
언제나 무기력한 고립에 이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짧은 휴식에도 내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하고
그것을 통해 어떤 상태에 이르게 될지를 알고 있어야 한다.
명확한 목적과 이유가 있을 때 휴식은 나를 위한 은둔의 시간이 될 수 있다.
세상과 멀어지려는 은둔과 무기력한 고립은 나를 바닥으로 떨구지만, 다시 바닥에서 튀어 오르기 위한 시간이 누구에게나 꼭 필요하다.
작가는 내가 선택한 그게 무엇이 되었든, 나를 괴롭히지 않고 우울하게 하지 않는다면 나는 이미 스스로에 대한 탁월한 안목을 가진 것이라 했다.
인간은 나약해서 때로 그 길이 나를 절망의 끄트머리로, 벼랑으로 몰아가는 길인줄 알면서도 희미한 바람을 가지고 뚜벅뚜벅 걸어갈 때가 있다. 돌아서야 한다. 자학하는 은둔의 길에는 발도 들이지 말기를!
그늘에 들어와 쉴 수 있기를, 안락한 곳에서
자신의 고통과 불안, 슬픔과 좌절을 용기 내어 마주할 수 있기를
살다 보니 갑작스럽게 다가오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가슴이 철렁하는 소식들에 갈 길을 잃을 때가 있다.
남편의 위암 소식, 그리고 전이...............
작가는 생존 명상을 얘기하며 파도치는 거친 해수면을 뚫고 깊은 심해로 들어가는 잠수를 '마음으로의 여행'이라고 명명했다. 내가 진행하는 Music Imagery Therapy 세션에서는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깊은 심해로 명상가운데 들어가서 그 이미지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시간이 있다. 의식에서는 미처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나(내담자)의 내면이 드러난다.
현재 나의 마음은 슬픔으로 가득 차서 짜면 물이 나올 수도 있지만, 그 여행의 시간에 깊은 심해에서 나와 마주하게 되고, 그런 나를 그윽하게, 때로는 불쌍하게, 때로는 응원하며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몇 달 전 토요일, 평소에 운전하기를 지독히 싫어하지만, 서울에서 강화까지!
운전대를 잡았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암 말기로 뼈전이가 되어 침대에만 누워있는 자매를 만나러 가며 1시간 30분, 다시 서울로 올 때 2시간 30분의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운전의 피곤함을 넘어서는 귀한 시간이었다.
작가가 얘기하는 많은 글들 속에서 ‘헌신의 은둔자’라는 단어를 깊은 우물에서 생수를 만나듯 길어 올릴 수 있었다.
작가가 설파했듯이 타인에게 줄 기쁨을 생각하는 마음은, 그러면서도 대가를 바라지 않는 마음은 고독 속에서 충만함을 느끼는 헌신의 은둔자로 만들어 준다고 했다.
그 자매를 만나러 다녀오는 길은 대가를 바라지 않는 타인에게 기쁨과 희망을 주기 위한 발걸음이었으나 오히려 충만함을 안고 돌아온 것은 나였다.
평소에 ‘침잠’의 시간을 누리며 즐거워했으나 나 혼자 즐겁고, 나 혼자 기쁘면 무엇하겠는가!
앞으로 일생동안 영혼을 살리는 사명을 가지고 살고 있는데, 작가의 말처럼 작게나마 실천하고 있는 헌신의 시간 속에서 그들의 고독과 아픔을 함께 받아들이며 더 좋은 고독으로 만들어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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