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글쓰기의 80%는 독자가 좌우한다고 늘 주장해 왔습니다. 독자에 따라 달라져야 할 것들 중에 하나가 바로 문체인데요. 똑같은 내용이라도 문체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사람이 다르게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아들 육아법으로 인기가 많은 최민준 소장은 유튜브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아들에게는 아무리 “먹었으면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갖다 버려라”라고 수십 번 이야기해도 안 먹힌대요. 오히려 아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이거라고 합니다.
“아들, 너 이거 5초 안에 갖다 버릴 수 있어?”
그러면 아들은 빛의 속도로 쓰레기통까지 달려간다고 하네요. ‘쓰레기를 버려라’라는 메시지는 똑같지만 아들에게 말할 때와 딸에게 말할 때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같은 대화법이 남편에게도 아주 잘 통한다는 사실.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내용이라도 문장이 다르고 사용하는 단어가 달라지면 받아들이는 사람의 반응도 달라집니다. 따라서 내 글을 읽어줄 독자가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문체도 달라지는 게 좋습니다.
개인차는 분명 존재하지만, 경험을 돌이켜봤을 때 일반적으로 여성들은 남성보다 부드러운 문체를 선호하는 경향이 크고, 비유적이거나 문학적인 표현에도 익숙합니다. 수식어가 없고 A에서 B로 바로 넘어가는 식의 말투는 왠지 정이 없다고 느끼지요. 반면 남성들은 상대적으로 건조한 문체에 익숙하고, 직접적인 표현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오히려 쓸데없이 이야기가 길어지는 것을 불편해 하기도 합니다. 짧고 분명하게 전달해야 알아듣기 편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여성들은 여러 감정 중에서 ‘공감’에 좀 더 무게를 두는 편입니다. 친한 언니가 내 상황에 공감해 주고 조근조근 위로하듯이 이야기하는 문체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상대적으로 남성들은 ‘멋짐’이라는 감정을 더 선호하는 듯합니다. 아우라에서 오는 권위, 분명해 보이는 데이터, 친절하지는 않아도 맞는 말이라고 생각될 때 호응하는 경향이 좀 더 있습니다.
비단 남녀의 차이뿐만 아니라 독자가 속해 있는 집단의 성향도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스스로 특수한 집단이라고 생각하는 경우에는 쉬운 말로 조근조근 이야기하는 듯한 문체를 오히려 우습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친절한 문체보다 전문적인 느낌의 문체를 사용할 때 신뢰를 느낄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혹은 위로가 필요한 집단을 대상으로 글을 쓸 때 이른바 ‘팩트 폭행’을 하는 것은 좋은 전략이 아닙니다. 독자의 상황에 최대한 공감하면서 위로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일반적으로 대화를 할 때는 상대방을 고려해서 문체를 조절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는 않습니다. 어지간히 눈치 없는 사람이 아니라면 상대의 반응을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말투를 조정하니까요.
하지만 혼자서 글을 쓸 때 독자에 따라 문체를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독자를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그 독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생각으로 글을 쓰시는 게 효과적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타깃으로 하는 독자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을지 구체적으로 정해놓는 것이 좋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