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나중에 뒤집힐 운명일지라도

[목차짜기의 중요성③] 그럼에도 목차를 짜야 하는 이유

by임록산

지난 글에서, 잘 짜인 목차는 독자에게 신뢰감을 주고 저자에게 집필의 효율성을 준다는 이야기를 했지요. 지도 없는 여행은 방황이 되고, 설계도 없는 건물은 위태롭습니다. 목차 없는 글쓰기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바카라을 쓰기로 마음먹었다면 가장 공을 들여야 할 부분은 문장보다 목차입니다.


그런데 이때 반드시 유념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집필을 시작하기 전에 짠 목차는 나중에 가면 수정될 수밖에 없다는 것, 아니 반드시 수정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처음에 짠 목차를 고지식하게 밀고 나가는 것이 꼭 현명한 건 아니라는 말입니다.



집필은 발견의 과정: 목차가 수정되어야 하는 이유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정리하는 것이 집필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집필은 생각을 새롭게 발견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글을 써 내려가다 보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통찰이 터져 나오기도 하고, 내가 가지고 있던 논리가 생각보다 빈약하다는 것을 깨닫기도 합니다. 그러면 처음과 다른 방향으로 글의 구성을 수정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건강한 변형: 글의 무게를 견디는 유연한 뼈대


글에 살이 붙을수록 무게감이 더해지고, 처음 짠 목차라는 뼈대는 그 무게에 따라 휘어지고 변형되기 마련입니다. 이것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건강한 현상입니다. 오히려 글이 더 정교해지고 있다는 증거니까요. 아무리 건물의 설계도가 완벽해도 실제 공사에 들어가면 지형에 맞춰 수정이 필요하듯, 목차 역시 집필 과정에서 발견되는 새로운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변해야 합니다.


“어차피 뒤집어질 목차라면, 굳이 왜 짜고 시작해야 하나요? 중간에 생각하면서 짜나가면 되잖아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뒤집이질 것임을 알더라도 반드시 처음에는 완성된 목차를 들고 집필을 시작하라고 권해드립니다.



사라질 운명이어도 꼭 필요한 이유


이왕 건축에 비유를 했으니, 비계(Scaffold)라는 것에 한 번 빗대보겠습니다. 비계는 건물을 지을 때 높은 곳에서 작업하기 위해 임시로 설치하는 가설물입니다. 짓고 있는 건물 외벽에 쇠파이프와 철판으로 얼기설기 엮어진 것들을 본 적 있으시지요? 그게 바로 비계입니다. 비계는 건축물의 형태가 바뀌면 중간에 철거했다가 새로운 형태로 다시 설치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건축이 완료되면 모두 철거될 운명이지요. 집필 전에 짜야 할 목차는 바로 이 비계와 같습니다. 나중에 사라지거나 바뀔 걸 알지만, 집필 과정에서 꼭 필요한 안전장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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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원석을 보석으로 만드는 '과감한 수정'의 가치


수정이라는 것은 반드시 기존 작업물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처음 짜놓은 목차는 더 나은 보석으로 다듬어지기 위한 원석(原石) 같은 것입니다. 초기 목차라는 설계도에 따라 기준을 잡고 나아가면서, 더 나은 방향으로 경로를 재탐색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처음 세운 목차를 과감히 부수고 다시 세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처음 세운 목차가 집필 과정에서 완전히 뒤집히는 것은 실패가 아니라, 당신의 아이디어가 ‘더 나은 바카라’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신호입니다. 집필 전에 목차를 짬으로써 방향성을 확인하고, 집필 과정에서 방향성을 수정해 나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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