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유년의 여름

by이디뜨

"짝! 짝! "

"팍! 탁!"

날카로웠다가 둔탁하다. 귓가에 들려오는 알 수 없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 부스스 눈을 떠 보았다.

눈꺼풀이 무거워서 한쪽 눈만 겨우 떴는데, 커다란 그림자가 눈앞에서 휙휙 움직였다.

내 눈앞에 가까이 닿은 천장은 짙은 초록, 아니 짙은 고동색인가?

'우리 집 천장이 언제 이렇게 가까워졌지? 색깔은 또 왜 이렇고.'


"짝! 잡았다. 이봐이봐 손바닥에 피 터진 거 봐. 벌써 이렇게 물었어. "

"문 한번 열었더니 순식간에 들어왔나 봐. "


한쪽 눈을 마저 떠서 두 눈으로 다시 본 아치형 천장에는 통통하게 살이 오른 까만 모기들 십여 마리가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동굴 같은 어둑한 공간을 다시 둘러보고야 나는 알아챘다.

이곳은 텐트 안이고, 우리는 계곡으로 피서를 와서 자고 있었다는 것을.

계곡파인 엄마와 바다파인 아빠. 이번 휴가는 엄마의 승리였다.

오빠와 여동생은 모기들이 사방팔방 포위하고 있는 것도 모른 채 깊이 잠들어 있었다.

그럴 만도 하지. 물놀이를 그렇게 신나게 했으니.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잠시, 벌떡 일어나 앉았다가 모기 사냥꾼 부부를 확인하고는 다시 까무룩 잠에 빠져들었다.




이만큼 소중한 공간에서 이토록 위태로운 상황이 있을까?

얇은 면이불 두장으로 배만 덮은 세 명의 아이들이 모기 십여 마리에 오롯이 노출되어 있었다.

부부의 두 눈이 모기의 동선을 좇는 동안, 두 손은 모기로부터 아이들을 지켜내느라 분주히 움직였다.

인상을 찌푸리며 다리를 긁어대는 큰딸에게는 물파스를 발라 주었다.

아들의 목덜미로 달려드는 모기는 빠른 부채질로 쫓아냈다.

텐트를 통과해 들어오는 희뿌연 빛이 새벽이 밝아 오는 것을 알렸다.

막내딸의 통통한 엄지발가락이 언덕인 냥 고요히 착륙한 모기 한 마리.

"요놈 봐라. 어디 귀한 내 딸 피를 뽑아가려고."

모쪼록 합심한 모기 사냥꾼 부부는 교대로 잠을 청하며 모기 십여 마리를 다 잡아냈다.




계곡 물소리는 경쾌하고 새벽이슬 맞은 풀내음이 더욱 진하게 풍겨오는 아침.

텐트 앞 은색 돗자리에 다섯 식구가 옹기종기 모였다.

"오늘 아침은 감자 듬뿍 넣은 된장찌개야. 냄비밥이 잘 되었네."

아빠는 찌개를 떠주시고, 엄마는 김이 모락 피어오르는 하얀 쌀밥을 퍼주셨다.

반바지 밖으로 드러난 두 사람의 다리가 오늘따라 울긋불긋하다.

온몸으로 막아낸 계곡모기와의 전쟁은 승리도 패배도 아니었다.


"얘들아! 얼른 먹고 수영하러 가자!"

"밥 남기는 사람은 못 간다. 후식으로 복숭아도 먹고 가!"


40년 전, 아련하고 그리운 그 여름.

추억과 상상 그 사이


2년 전 지리산 계곡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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