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해지지 못한 몸으로도 치유받던 위로
나는 주 1회~3회 앱에서 시간표를 보고, 원하는 시간에 요가 센터에 간다.
빈야사나 아쉬탕가 같은 요가는 내 기준 고강도여서 주로 난도가 낮은 힐링 요가나 거북목 교정 같은 필라테스 시간에 더 자주 참여하는 편이다.
여러 날들 중 특별한 하루가 있었다.
3명이 예약했는데 궂은 날씨 때문에 2명이 나오지 않아서, 나 혼자 강사님께 1대 1로 수업을 받게 된 것이다.
1대 1이라서 야호!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내가 빠지면 휴강인데 1대 1이라니, 그냥 돌아갈까?' 하며 당황하는 내 표정을 읽었는지 강사님이 말했다.
"1대 1이면 오히려 좋지요."
그날은 강사님이 아로마 오일을 손에 묻혀 내 뭉친 어깨와 팔을 15분 동안이나 풀어 주어, 내게는 정말 호사스러운 수업이었다.
자연스럽게 개인적인 얘기도 하게 되었고, 본인은 결혼이 늦어져서 걱정이라는 강사님의 말이 이어졌지만 나이는 물어보지 못했었다.
그날 이후 또 특별한 하루는 최근이었다.
전면 벽을 차지한 통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은 영락없는 중년의 아줌마였다.
각진 턱선에 붓기와 지방이 얹어져 어느새 둥그렇다고 할 수밖에 없는 얼굴에, 귀끝 옆으로 닿을 듯 솟은 승모근과, 강사님 팔뚝의 두 배는 되어 보이는 팔뚝까지 두드러져 보였다.
'내 모습이 저렇구나.'
'얼굴은 또 왜 이렇게 벌겋지?'
맨 입술로는 나올 수 없어 손에 잡히는 틴트 하나 음파 하고 나왔더니, 홍조 가득한 얼굴과 벽돌색 입술의 콜라보로 내 얼굴 전체가 성냥 머리로 보였다.
'그래도 운동하러 왔잖아. ' 하며 스스로에게 기특한 마음이 들었지만, 거울 속에 비친 뭉툭한 내 모습이 세월을 직격으로 맞은 나를 체감하는 것 같아 머릿속이 복잡했다.
내 모습은 24시간 내내 같은데, 요가매트 위에 앉아 통거울을 보면 그제야 확대경으로 보는 듯 선명해지곤 했다.
수업 전 3분간의 요동치는 마음도 잠시, 강사님의 낭랑한 목소리가 수업 시작을 알렸다.
"엉덩이 양쪽 매트 위를 누르며 허리를 세우시고, 머리끝이 천장에 닿을 듯 몸을 펴서 눈 감고 심호흡 하실게요."
요가 매트 위에 묵직하게 엉덩이를 얹고 심호흡을 했다.
디퓨쳐 향기가 은은한 요가실에 불청객처럼 음식 냄새가 콧속으로 흘러들어왔다.
내 머리카락에서 나는 냄새였다.
불과 30분 전 불 앞에서 재빠르게 음식을 해서 저녁상을 차려내던 나는, 머리카락에 양념 냄새를 코팅하고 레깅스를 입었다.
신발을 신으며 왼쪽 발바닥 요가양말 안쪽에 지름 5mm 구멍이 뚫린 것을 보았다.
시간이 촉박하니 어쩔 수 없이 마지막으로 신고 버려야지 하며 달려 나왔다.
머리카락 냄새와 구멍 뚫린 양말에 신경 쓰던 나는 강사님의 차분한 지도에 차츰 머릿속을 비우며 몸의 미세한 감각 하나하나에 집중했다.
버티기 힘든 팔을 부들부들 떨면서, 매트에 닿은 무릎에 체중이 너무 실려 무릎뼈가 드러날지도 모른다는 헛된 상상도 하면서 50분을 잘 버텨냈다.
운동 타임 절반까지는 시간이 멈춘 듯 안 가다가, 50분이 다 되어 갈수록 차츰차츰 나오길 잘했다 싶게 내 몸도 즐거워하는 것이 느껴졌다.
안 되는 동작을 하며 낑낑거리고 있을 때, 강사님은 조용히 요가 블록을 가져와 내 등 뒤에, 팔꿈치 아래 받쳐 주시곤 했다.
매 시간 공평하게 동작을 체크해 주고, 개개인의 체형과 근력에 맞게 동작의 난이도를 조절해 주시는 강사님은 따뜻한 프로였다.
수업이 끝나고, 평소와 달리 내가 강사님께 스몰토크를 시도했다.
"서운하게도 마지막이시라고..."
그렇다. 3년간 함께해 온 강사님이자 대표님이 요가센터를 다른 강사님께 아예 넘기기로 했다는 단체문자를 전날 받았었다.
1년씩 등록하는 요가센터를 2회나 더 등록했으니 나는 3년 차였고, 강사님도 그 사이 결혼을 하고 이번에 임신 준비를 위해 떠나기로 한 것이다.
"더 늦어지면 자연임신이 힘들지도 몰라서요. 회원님들이 자주 물어보시기도 했고요."
그제야 알게 된 강사님의 나이, 서른 중반이었다.
3년 동안 나는 운동이 끝나면 조용히 인사만 하고 나왔다.
활발하고 스몰토크하기 좋아하는 회원들의 몫을 남겨주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조용히 오가는 게 편하다는 내 마음 때문이었다.
그렇더라도, 요가 시간만큼은 차별 없이 회원들을 대하고, 기복 없이 열심이었던 강사님을 마음속으로 좋아했었다.
그래서인지 마지막이라는 소식이 못내 서운했다.
"제가 그렇게 운동을 열심히 하진 않았지만 마지막이시라니 서운하네요. 의도한 바가 있어서 관두시는 거니 어쩔 수 없지요. 강사님 건강히 지내시고, 꼭 좋은 소식 있으면 좋겠네요."
"저도 피티 받으러 갈 때마다 가기 싫어서 고민해요. 그래도 운동하고 나면 좋지요? 꾸준히 나오시고, 한 번씩 대체 강의 같은 거 생기면 나올게요. 건강히 지내세요."
요가를 했다기에는 드라마틱하게 몸이 변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체중이 야금야금 늘어만 가서 통거울 앞에서는 현타 아닌 현타가 왔었다.
그럼에도 나는, 힐링요가를 하고 나온 시간만큼은 나 자신을 위한 휴식 시간이었다 여길 만큼 만족스러웠다.
그 시간마다 만난 강사님은, 조용히 요가 블록을 받쳐 주거나, 양말의 구멍을 모른 척해 주고, "수연님은 힘드시면 왼쪽 다리 펴고 계실게요." 하는 배려로 나를 감동시켜 주곤 했다.
강사님과 3년 중 가장 오래 눈 맞춤을 하고 다정한 작별인사를 한 뒤 요가센터를 나오면서, 나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시절인연 하나가 끝났지만, 참 따뜻했다. 강사님께 부디 귀여운 아기가 빨리 찾아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