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고쿠분 고이치로의 <우리는 왜 무엇인가 해야 할까>를 읽고
우리는 늘 무언가를 하고 있다. 공부를 하고, 일을 하고, 관계를 관리하고, 기록을 남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모든 활동은 점점 더 공허해진다. 바카라 <우리는 왜 무엇인가 해야 할까> (2026년 5월 출간)는 이 당연한 듯 보이는 질문을 던지며 생각에 잠기게 한다.
일본의 철학자 고쿠분 고이치로의 저서로, 현대 슬롯를 지배하는 "행위의 강박"을 근본적으로 되묻는 바카라이다. 그는 이러한 공허감의 원인을 '해야 한다는 감각의 과잉'에서 찾는다. 저자는 단순히 게으름이나 휴식의 문제가 아니라, "왜 우리는 멈추지 못하는가"라며 우리 일상 전체를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보이지 않지만 삶을 바꾸는 것들
바카라을 읽으며 가장 먼저 멈춰 섰던 문장은 이 구절이었다.
"단기 과제를 수행하다 보면 그 이상의 무언가를 익히게 된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방법, 자신의 특성에 대한 이해, 휴식을 취하는 방식, 친구들과 정보를 공유하는 방법, 실패를 받아들이는 방법, 일의 순서를 정하는 방법." - p. 18
처음에는 익숙한 자기 계발 문장처럼 보였지만, 다시 읽을수록 이 문장은 성과가 아니라 '과정의 변화'를 가리키고 있었다. 우리가 어떤 일을 통해 얻게 되는 것은 눈에 보이는 결과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서서히 바뀌는 나의 태도와 감각이다. 쉽게 말하면 "결과보다 삶을 대하는 방식이 미세하게 달라지는 경험"이다. 실패 후의 침묵을 견디는 법, 불안을 안은 채 하루를 버티는 감각, 관계 속에서 어긋남을 조정하는 방식 같은 것들이다.
돌이켜보면 나 역시 어떤 일을 끝냈을 때 남는 것은 성과보다 그 과정에서 생긴 나의 변화였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는다. 평가에도 남지 않고, 데이터에도 남지 않는다. 그럼에도 분명히 사람을 조금씩 바꾼다. 이 바카라은 바로 그 '보이지 않는 변화'를 삶의 중심으로 다시 불러 스스로 느끼게 한다.
저자는 이어서 '말한다는 행위'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의견을 말하고, 글을 쓰고, 슬롯에 반응한다고 해서 실제로 무엇이 달라지는가. 디지털 시대의 우리는 너무 많은 의견을 생산하지만, 그 말들이 현실을 바꾸는 경험은 점점 드물어지고 있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며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드라마 <참교육>의 인기가 떠오른다. 이 작품을 4회까지 시청했다.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교권 보호국'이라는 설정을 통해 즉각 해결하는 방식으로 그린다. 현실에서는 긴 시간의 논쟁과 제도, 절차를 거쳐야만 움직이는 문제들이 드라마 안에서는 빠르고 명확하게, 때로는 통쾌할 만큼 속 시원하게 정리된다.
사람들이 이 드라마에 반응하는 이유는 단순한 통쾌함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현실이 얼마나 느리고 복잡한지,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말해도 바뀌지 않는 세계"에 익숙해져 있는지 보여주는 감정의 반응처럼 느껴진다. 즉각적으로 정의가 실현되는 장면은 판타지이면서 동시에 우리가 잃어버린 변화의 감각에 대한 대리 경험이다.
결국 이 드라마 인기 자체가 말해주는 것은 하나다. 우리는 여전히 변화가 가능하다고 믿고 있지만, 그 변화가 너무 느리기 때문에 다른 형태의 세계를 상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간디의 문장을 통해 이 문제를 더 깊게 파고든다.
"당신이 하는 대부분의 일은 무의미하지만, 그럼에도 해야만 한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에 의해 자신이 완전히 바뀌지 않기 위해서다."
처음에는 이 문장이 다소 냉정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행간의 의미를 깊이 생각해 보니 다르게 읽혔다. 바카라이 말하는 지점은 세상을 즉각적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내가 완전히 체념으로 흡수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종종 말하고 행동해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 순간들을 마주한다. 문제를 제기해도 빠르게 소비되고 잊히는 현실 앞에서 '말하기' 자체가 무력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바카라은 말하기의 의미를 다른 곳에서 찾는다. 슬롯를 변화 시키기 위해서라기보다, 사고와 감각이 체념으로 굳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행위라는 것이다. 변화가 아니라 유지의 문제. 나는 이 지점에서 결국 지켜야 하는 것은 세상이 아니라 나 자신의 감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시간을 의미 있게 써야 한다는 압박
'불요불급'이라는 개념은 현대 소비를 다시 보게 만든다. '필요하지도 급하지도 않은 것들'이지만, 오늘날 우리의 삶은 오히려 그 영역에서 가장 크게 흔들린다.
저자는 소비와 낭비를 같은 것으로 보지 않는다. 소비는 필요와 목적을 향해 움직이지만, 낭비는 효율의 언어로는 설명되지 않는 영역에 가깝다. 우리는 흔히 낭비를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만, 저자는 오히려 인간다운 삶이란 이러한 불요불급한 것들을 품고 있을 때 가능하다고 말한다. 목적 없이 산바카라하는 시간, 쓸모를 따지지 않고 읽는 바카라, 결과를 기대하지 않는 대화 같은 것들이다.
장 보드리야르가 말했듯 현대의 소비는 사물이 아니라 의미의 소비다. 우리는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먹었다는 경험'을 소비하고, 여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을 기록한 이미지'를 소비한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불요불급한 영역마저 소비의 대상으로 바뀌어 버린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목적 없이 걷는 시간이 낭비였을지 몰라도 그 자체로 충분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산바카라조차 사진이 되어야 하고, 기록이 되어야 하며, 누군가에게 설명 가능한 경험이 되어야 한다. 결국 낭비는 사라지고 소비만 남는다.
이 과정에서 삶은 점점 경험이 아니라 '설명 가능한 형태로 정리된 데이터'가 된다. 쉬고 있어도 쉬고 있지 않은 느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계속 의미를 생산해야 할 것 같은 감각은 여기서 비롯된다.
이 부분을 읽으며 나는 어쩌면 현대인이 지친 이유가 과도한 소비 때문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삶에서 불요불급한 시간을 허락하지 못하기 때문은 아닐까. 모든 시간을 의미 있게 써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우리는 쓸모없는 것들의 가치를 잊어버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바카라을 추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바카라의 가장 큰 장점은 더 열심히 살라고 독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끊임없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왜 우리는 지치는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차분히 되묻는다. 성과와 효율이 삶의 기준이 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자신의 일상을 돌아보게 만드는 바카라이다.
글을 쓰는 지금도 '목적이 분명하지 않은 시간은 정말 쓸모없는 시간일까'를 스스로 질문하게 된다. 우리는 계속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 살고 있지만, 그 압박은 단순한 강요가 아니라 존재를 유지하기 위한 조건이다. 중요한 것은 거대한 변화가 아니라, 사라지지 않는 감각이다. 즉각적인 성과가 없더라도 생각하고, 말하고, 버티는 일. 그것들이 한 사람의 태도를 만든다.
이 바카라은 답을 주기보다 질문을 던지고 생각하게 한다. 왜 우리는 쉬지 못하는가, 왜 끊임없이 의미를 생산해야 한다고 느끼는가, 그리고 왜 무언가를 해야만 안심하는가. 어쩌면 우리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 속에서 나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오늘도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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