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 내 인생의 45페이지

오랜 기억의 소환과 감사

요며칠 40도의 폭염이 맹폭을 하며 더위와 전쟁을 밤낮없이 했는데, 입추가 지나니 바로 아침 기온이 24도 떨어졌습니다. 자연의 시계는 정말로 놀랍습니다.


0. 시간의 연속성 속에 2026년은 굉장한 의미로 기억될 제 인생의 한 페이지가 되고 있습니다. 누구나 자신의 시계를 살아가는 가운데, 긴 여정의 싸이클이 있습니다. 올라갈 때가 있으면 내려올 때가 있고, 빛이 날 때가 있으면 어둠 속을 헤매일 때가 있습니다. 기쁠 때가 있으며, 슬플 때도 있고, 웃을 때와 울 때가 있습니다. 전 일생의 싸이클이 그러한 변곡점과 교차점을 반복하며 일상이 결국 우리들 인생이 됩니다.


1. 제 인생에서 가장 어두웠을 때가 있었습니다. 정말 너무 깜깜해서 앞을 볼 수 조차 없는 동굴 속이었습니다. 누구나 이런 경험을 일생에서 한두번즈음 경험을 한다는데, 지금으로부터 20년전인 가장 빛나는 청춘이었을 25세 때였습니다. 눈을 떴을 때 ‘내가 죽었는 것이 아닐까? 내가 살아서 숨을 쉬고 있는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하며 눈을 뜨곤 했습니다. 내가 살아있음을 안도하며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죽음의 골짜기를 지났을 때가 아닌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문득 20년 전의 그 때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오랜 기억의 소환, 그 때를 기억하며 어떻게 그 때를 지나게 되었는 지를 되내여 보았습니다.


2. 당시 어떤 일이 있었는 지 다시금 떠올려 보았습니다. 급성 케톤산증의 여파로 인해 체중이 30kg 감소하였습니다. 그 때 1형 당뇨 진단을 받았습니다. 진단을 받기 전에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흐릿한 기억의 신경쇠약증을 경험했었습니다. 다행히 의학적 진단과 처방이후 젊음 때문이었는지 몸은 빠르게 회복되었지만, 앞으로의 일상을 살아내야 하는 데 어떻게 살아가는 게 좋은 건지,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 건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불안감,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스런 삶의 동굴을 경험했었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3. 그 때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도가 전부였었습니다. 간절함이란 것을 그 때 처음 알았습니다. 그 때 기도했었던 곳이 대구의 한 교회의 소예배실이었습니다. 그 교회를 다닌 적도 없고, 아는 분도 없고, 왠 낯선 청년이 매일 이렇게 교회를 오는가? 했었을 겁니다. 당시 그 교회는 지역슬롯에 오픈하는 열린 교회였던 것 같고, 카페와 문화센터를 운영하며 외부인이 꽤 많이 오는 교회였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그 교회의 일원은 아니기에 관리하는 분에게 교회의 기도실을 써도 되는지, 제가 들어가서 기도해도 되는 지 허락을 구했고, 흔쾌히 수락을 해 주셔서 2년간 1000번의 기도를 그 곳에서 했던 제 마음의 벧엘인 곳입니다.


4. 지난 주 그 교회의 담임목사님께 20년만에 감사의 메일을 드렸습니다. 문득 내 인생의 가장 어두웠을 때를 떠올렸고, 꼭 언제가는 그 곳에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는 것이 지난 주였습니다. 가장 힘들고 어려웠던 그 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기도뿐이었고, 1000번의 기도를 완주할 수 있는 그 마음과 자세, 발이 닳도록 그 교회의 문을 열고 닫았습니다. 그리고 생각이 든 것이 “가장 어두운 때에 보이는 빛은 가장 빛난다.”는 생각입니다. 그 때는 제 일생의 가장 어두운 동굴이었을 때였는데, 되돌아보니, 그 때의 가난한 마음, 겸손한 태도, 더 밑바닥으로 낮아질 수 없는 상황을 마주했던 그 때에 제게 비춰진 빛이 가장 빛나는 때였다고 이제서야 고백해 봅니다.


5. 그리고 지금의 저를 만들어 준 곳인 학교의 은사님, 여러 회사와 그 때 함께 밤낮을 함께 한 선후배분들이 생각났습니다. 제 첫온라인 게임 때에 저를 가장 많이 성장시켰주셨던 부사장님이 떠올랐습니다. 지금은 은퇴를 하셨고, 그 분의 안목과 통찰로 제가 리더로 발탁되면서 많은 성장과 역할, 바카라임이란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 주셨던 부사장님께 9년만에 감사인사를 드렸습니다. 당시 회사를 퇴직한다고 했을 때 부사장님께서 직접 저의 퇴직을 만류하시기도 하셨고, 3번의 면담을 거치면서 제 퇴직을 안타까워 하셨을 정도로 정말 기억에 남는 분이기도 합니다. 제가 그 때는 제가 몸이 좋지 않아서 퇴직한다는 말씀을 드리지 못했다고 이제서야 그 때 퇴직의 이유를 알려드려서 좀 웃프기도 하지만, 안부와 감사의 인사를 오랜만에 드리니, 정말 반겨주셔서 그간의 소회를 진심으로 전할 수 있었습니다.


6. 오랜 기억의 소환을 통한 감사가 제 일상을 더 풍요롭게 해 줍니다. 세상은 혼자만의 힘으로 절대 살아갈 수 없으며,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도움과 배려로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것이 진일보하는 슬롯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내 인생의 45페이지가 쓰여지고 있습니다. 저는 next chapter를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지난 온 과거를 기준으로 미래를 그려봅니다.


눈물이 기도가 되었고,

아픔이 노래로 되었고,

고통이 소망이 되었고,

장애가 사명이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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