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광복절을 맞이하여

by김성수


얼마 전, 모 여배우의 기사를 봤다.


예능에서 집안 자랑(?)을 하는 정도의 이야기로 끝날 수도 있었던 일이었다. 그런데 똑똑한 시청자들이 그 배우가 말한 조상에 대해 팩트를 확인하기 시작했고, 증조부의 친일 행적이 드러났다. 그 행적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정말 어마어마한 친일의 흔적들이 밝혀지면서 이슈가 되었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그 여배우의 무지에 일침을 가하기 위해서도, 내 안에 잠재되어 있던 애국심이 솟구쳐 '친일 청산'에 대한 분노를 담기 위해서도 아니다. 단지 광복절을 앞두고, 희미해져 가는 우리 역사에 대한 인식이 걱정스러웠기 때문이다.


해맑게 증조부의 업적을 자랑하던 그 여배우는 부모가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기에 그만큼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조상의 행적을 후손이 모두 알고 있어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의혹이 제기된 뒤에도 정확히 확인하기보다 소속사를 통해 '사실무근'이라고 발표했던 성급한 대응은 못내 아쉽다. 차라리 시간을 갖고 사실을 확인한 뒤 신중하게 대응했더라면 어땠을까?


조상의 죄를 후손이 감당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최소한 제대로 인식하고, 부끄러워할 줄 알며, 자신의 태도를 돌아볼 필요는 있지 않을까.


역사를 마주하는 자세는 이렇게도 다를 수 있다.

밴드 '양반들'의 보컬이자 가수인 전범선은 자신이 친일 반민족행위자이자 『혈의 누』를 쓴 이인직의 5대손이라고 고백했다. 그는 성인이 된 후 어머니를 통해 이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지만, 조상의 과오를 미화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했다. 그리고 그 치유와 성찰의 과정을 바카라으로 펴내기도 했다.


누구에게나 조상의 역사는 선택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 역사를 알게 된 이후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는 자신의 선택일 수 있다.


역사 인식의 문제는 개인의 이야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최근 인천시가 광복절 기념 현수막에 넣은 태극기 그림이 거꾸로 그려진 것처럼 보인다는 논란이 있었다. 실제로는 구도상의 표현이었다는 설명이 있었지만, 국경일을 기념하는 상징물에서 이런 오해조차 생기지 않도록 조금 더 세심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인천시는 논란이 커지자 하루 만에 현수막을 철거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광복절은 단순히 하루 쉬는 공휴일이 아니다.

우리 민족이 국권을 되찾은 날이자, 그 이전 35년간의 아픔과 그것을 되찾기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을 기억해야 하는 날이다. 이름도 남기지 못한 채 스러져간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다는 사실을 새삼 마음에 새기게 된다.


그런 날을 앞두고 이런 이슈들이 잇달아 터지는 걸 보니 참담한 마음이 든다.


얼마 전 BTS를 보며 국뽕이 차올랐던 나였다. 그런데 문득 그 자긍심과 지금의 무지함이 같은 뿌리에서 나온 것은 아닐까 싶었다. 화려한 결과물만 누리려 할 뿐, 그 밑바탕에 어떤 역사와 이야기가 있었는지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던 가벼운 태도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우리 문화를 자랑스러워하면서도, 정작 그 문화를 있게 한 역사 앞에서는 이렇게 무심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 무심함은 결국 기성세대인 우리가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고 물려주지 못한 잘못이 아닐까?


거창한 대바카라을 말할 자격은 없다. 다만 나부터라도 할 수 있는 일을 해보려 한다.

역사에 대한 의문이 들 때 그냥 넘기지 않고 한 번쯤 팩트를 확인해 보는 것. 자녀나 주변 사람들에게 역사 이야기를 부담스럽지 않게, 그러나 정확하게 알려주는 것. 그리고 불편한 진실 앞에서 눈을 돌리지 않고 잘못된 것은 잘못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


전범선 씨처럼 거창한 고백은 아니어도, 이런 작은 태도 하나하나가 결국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역사 인식의 시작이 아닐까.


광복절이 되어서야 한 번씩 떠올리는 역사가 아니라, 일상에서 조금씩 이어가는 역사.

나는 그렇게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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