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단상

6.25

by김성수

생일 전날

90을 바라보는 친정아버지에게서 연락이 왔다.


"생일 축하한다"

"아빠, 나 오늘 아니야 내일이야"

날짜를 착각하셨단다. 그래도 축하를 전하고자 하는 그 마음에 울컥했다.

나도 어느새 오십을 넘긴 중년인데

아버지에겐 나는 아직도 어린 딸인가 보다.


오후에는 취준생인 아들 녀석이 전화가 왔다.

"엄마, 미리 생일축하해"

"말로만?"

"어, 마음이 중요하지"

말뿐이어도 좋았다. 자식이 축하해 준다는 것만으로 마음이 환해졌다.

예수님 생일처럼 전날부터 축하를 받는 기분. 올해 생일은 1박 2일짜리 행복이다.


문득 6월 25일이라는 내 생일에 얽힌 오래된 기억 하나가 떠오른다. 어릴 때,

교회 주일학교에서 질문에 맞는 상황이 나오면 선물을 주는 행사가 있었다.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물으셨다.

"혹시, 국가경축일에 생일인 사람 있어?"

나는 손을 번쩍 들었다.

"저요!! 저"

"그래? 언제야?"

"6.25일이요"

"그건 경축일이 아니야. 비극적인 기념일이지"

"너는 해당사항이 없다"

그때, 명확히 알았다. 6.25는 국가법정기념일이고

국가 경축일은 3.1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이라는 걸.


그래도 6월 25일 생일은 좋은 점이 있다. 달력에 날짜가 또렷하게 남아 있어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내 생일을 잘 기억해 준다.


뭐 오늘 그냥 자축의 의미로 끄적여 봤다.

아흔을 바라보는 아버지와, 아직 슬롯로 나아가는 중인 아들 사이에 서 있는 지금.


문득 생각한다.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이렇게 축하를 받고, 또 기다리게 될까.

그래서 올해는 이 1박 2일의 행복을 조금 천천히 누려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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