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룡이가 될 뻔했다

종교의 아이러니

by김성수

결혼 후 한참이나 아이 소식이 없자, 부모님은 절을 찾으셨다.


불교 신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딱히 믿는 구석이 있는 분들도 아니었다. 그저 '무교'였던 그들에게 종교란 장르가 아니라 절박함의 다른 이름이었을 뿐이다. 그 간절함이 닿았는지, 나는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태생부터 예사롭지 않다. 부처님이 관여하신 케이스다.

부모님은 이 귀한 아이의 앞날을 위해 용하다는 작명가를 찾아갔다. 사주를 한참 들여다보던 작명가는 근엄한 표정으로 판결을 내렸다.


"호랑이띠에 새벽 출생이라니. 여자 팔자치고는 기운이 너무 셉니다. 이름으로 꾹꾹 눌러줘야 해요."


팔자를 이름으로 누른다니. 그 압도적인 무게를 견디기 위해 하사 받은 이름은 무려 ‘김. 삼. 룡.’이었다.


세 마리의 용이라니, 이름만으로도 승천할 기세였다. 당시 코미디언 배삼룡 선생님이 전국구 스타였던 시절이라, 부모님은 딸이 평생 ‘삼룡이’로 불리며 받을 조롱을 예감하셨나 보다. 결국 다시 작명가를 찾아가 ‘호소’한 끝에 얻어낸 이름이 지금의 ‘김성수’다. 훨씬 낫다. 확실히 세련됐다.


그런데 여기서 이 이야기의 진짜 아이러니가 시작된다.

불공을 드려 얻은 아이, 사주팔자의 기운을 누르기 위해 지은 이름을 가진 그 아이는 지금 매주 주일마다 교회에 간다. 무교 부모님이 절에서 빌어 낳은 딸이 기독교인이 된 것이다. 부처님 입장에서 보자면 이건 영락없는 '계약 위반'이자 '배달 사고' 아닐까. 공은 부처님이 들이셨는데, 결과물은 하나님께 가버렸으니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 이름이 참 좋다. 50 평생 불려 온 나의 이름. '김. 성. 수' (金成洙)


한자로 어떤 뜻을 쓰든, 기독교인이 된 나에게 이 이름은 이제는 '성수(聖水, Holy Water)'로 의미를 담아낸다.


절에서 시작해 교회로 끝난 나의 서사, 사주팔자의 억센 기운을 누르려다 결국 '거룩한 물'이 되어버린 이 우주적인 반전이 마음에 쏙 든다.


어쩌면 하나님은 그때부터 알고 계셨던 게 아닐까. 절을 통해서라도 일단 이 아이를 세상에 내보내야겠다고. 그렇게 생각하면 이건 종교 간의 갈등이 아니라, 한 영혼을 향한 거대한 ‘우주적 협업’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내 이름으로 바카라이 나온다면, 그 안에는 이 기막힌 우여곡절이 다 담길 것이다. 절박했던 불공, 삼룡이가 될 뻔한 위기,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유머로 승화시킨 지금의 신앙까지.


김상룡 작가 보단, 김성수 작가가 더 멋지지 아니한가?


나는, 내 이름 세 글자 '김성수'라 불리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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