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침의 물리학
빛은 스스로 빛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태양은 혼자 타오르고,
별은 저 먼 우주에서 홀로 반짝이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과학은 내 상상 너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태양의 빛은 고독한 발광이 아니다.
태양 중심부에서 수소 원자핵들이 서로 융합하고, 그 과정에서 생겨난 에너지가 오랜 시간을 지나 표면으로 올라와 마침내 빛이 된다. NASA는 태양 중심에서 만들어진 광자가 표면에 도달하기까지 헤아릴 수 없는 오랜 시간 동안 원자와 원자 사이를 지그재그로 이동한다고 설명한다. (1)
그러니 태양도 혼자 빛나는 것이 아니다.
별빛도 결국 관계의 산물이다.
충돌, 융합, 끌림, 반응.
아름다운 빛의 배후에는
늘 신비한 만남이 숨어 있다.
전구의 빛도 전자의 이동에서 태어나고,
LED의 빛도 전자와 정공이 재결합하며 광자를 방출하는 과정에서 생긴다. (2)
반딧불이가 내는 빛 역시 루시페린과 루시페라아제, 산소가 만나 일으키는 생화학적 반응이다. (3)
빛은 관계에서 태어난다.
이웃 가게 새댁의 둘째 딸이 이제 말을 하기 시작했다.
며칠 전에는 모험심 가득한 얼굴로 나를 불렀다.
“아. 찌.. 아. 저.. 찌.. :)”
그날 저녁 작은 손을 흔들며
“바이~빠이.”
하고 통통걸음으로 멀어지며
봄날의 햇살 한 조각을 두고 갔다.
며칠 후, 아이가 나를 보고 달려와 안겼다.
작은 몸을 안으면
내 안의 소음이 사그라진다.
작은 심장이 오래된 심장과 맞닿으며,
아이의 볼을 통해 전해오는 심장 소리를 듣는다.
조용히, 천천히
작은 심장박동에 동기화 된다.
두 돌이 갓 지난 아이가 건네는 말은
대화의 시작이기 전에 빛에 가깝다.
처음 세상을 불러보는 소리,
계산을 배우기 전의 마음.
사람의 눈은 스스로 빛을 만들지는 않는다.
외부의 빛을 받아들이고, 반사하고, 그 빛을 통해 서로를 알아본다. 동공은 빛이 망막에 닿도록 하는 통로이며, 우리가 검은 눈동자에서 깊이를 느끼는 것도 빛의 흡수와 반사 때문이다. (4)
아이의 눈빛을 마주할 때
내가 보는 것은 단순한 광학 현상이 아니다.
검은 동공 안에는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우주가 있다.
아직 경계를 모르는 마음,
아직 이름 붙지 않은 가능성.
나는 그 눈빛 앞에서
빛이란 결국 무엇인가 생각한다.
빛은 태양에서만 오지 않는다.
별에서만 오지 않는다.
전구나 촛불에서만 오지 않는다.
누군가 나를 바라볼 때,
내 이름을 부를 때,
작은 체온이 가슴에 스며들 때,
나의 심장이 다른 심장의 리듬에 맞춰질 때.
그때도 빛은 생겨난다.
우리는 서로의 눈빛으로 마주하고,
서로의 숨결로 공명한다.
빛은 혼자 빛나는 것이 아니었다.
우주도, 사람도,
마주침 속에서 빛이 된다.
by 레옹
작은 심장이
오래된 심장을 두드린다
말보다 먼저
눈빛이 닿고
빛보다 먼저
봄이 스민다
두 심장은
같은 우주에서
서로 빛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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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1. NASA Goddard, “Origin of Light"
2. Nakamura, S. “Background story of the invention of efficient blue InGaN light emitting diodes"
3. Encyclopaedia Britannica, “How Do Fireflies Light Up?"
4. All About Vision, “Pupil: Definition and Fun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