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옹의 콜라보 ㅡ 김은령 작가님 편

시와 그림 한 점 앞에서

by레옹


프롤로그



처음엔 그림을 보려 했다.

선을 따라가고, 색을 훑고,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이해해 보려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시선이 흐려지고

피부에 전율이 이는 나를 발견했다.

이해하려던 마음이 멈추고

오롯이 머무는 감정과 마주 서는 순간.


김은령 작가님의 시와 그림은

그제야 내 안으로 스며들었다.


그림은 말이 없지만

이상하게도 많은 것들을 말하고 있었다.

선과 선이 겹치고,

그 선들이 빚어낸 여백 속에서

그림과 문장이 함께 만든 울림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아니,

떨림으로 다가왔다.

그 떨림은

나의 감각을 바깥이 아닌

안쪽으로 향하게 했다.


나는 펜을 들고

그 순간을 기록했다.

그리고 한동안 멈춰 있던 노랫말은

작가님의 손끝을 지나며

다시 숨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이 곡은

어떤 감정을 설명하려 하기보다

그림 앞에 서 있는 한 사람의

호흡을 따라가 보려는 시도였다.


목소리를 앞세우기보다

숨을 낮추고,

채우기보다

여지를 남기는 방식으로.

그래서 이 음악에는

청자가 머물 자리를 남겨두고 싶었다.


소리가 지나간 자리에

조금 더 머물 수 있도록,

감정이 닿은 뒤에도

바로 사라지지 않도록.

우리는 종종

무언가를 이해하려 애쓰지만,

어떤 순간은

이해하려 애쓰기보다

진심으로 마주할 때

비로소 더 가까워지는 것 같다.




작가 소개

— 선과 여백 사이에서


김은령 작가님은

선의 흐름과 여백의 깊이를 통해

시간과 감정을 드러내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찢어진 한지를 붙이고,

겹겹이 쌓아 올린 결 위에서

이미 지나온 시간들은

다른 방식으로 다시 되살아난다.

그녀의 작업은 채우기보다

남겨두는 데에 가깝다.

여백은 비어 있는 공간이 아니라

보는 이의 감정이 머무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의 그림과 글은

하나의 해석으로 닫히지 않는다.

각자의 시간과 감각에 따라

다른 결로 읽히며,

보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게 한다.


두 차례의 「앓이」 전시 이후

오랜 시간 작업의 내면을 다져온 그녀는

현재 새로운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그 전시의 한 장면에

이번 콜라보 곡이 함께 놓이기를 바란다는 작가님의 말은,

이 작업이 단순한 협업을 넘어

서로의 세계가 잠시 맞닿은 순간이었음을

조용히 보여준다.


작가님은 이번 작업에 대해

자신의 시와 그림을

또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게 된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그리고 이렇게 마음을 남겨주었다.


“시적 아름다움과

그 흘러가는 결이 은은하게 남았습니다.”



작가의 말

— 문장과 선이 건져 올린 자리


김은령 작가님은

질문과 답변의 형식 대신,

자신의 문장으로 이번 작업의 결을 남겨주셨습니다.


“저는 한 문장으로 설명되는 사람이 아니라,

바카라의 문장이 돌부리처럼 글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자리에서

문장과 그림을 건져 올리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지금까지 계속 쓰게 만드는 것은

사라지지 않는 질문들이

곁에 머물러 있기 때문입니다.”


“말을 덜어낸다는 것은

비우는 일이 아니라,

그 자취들이 여백 속으로 잠겨

이야기를 들춰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있던 결이

다른 방식으로 드러난 진동에 가까웠습니다.”


그리고 작가님의 온라인카지노 글 「앓이별」에는

그녀의 작업 세계를 오래 비추는 문장들이 남아 있습니다.


“나는 넘어지고, 흔들리고, 갈망하며 그곳에 닿는다.

고통의 틈에서 언어는 싹을 틔우고,

슬픔의 바닥에서 문장은 선線이 되어 빛을 발한다.

나는 그 별에서 그림을 썼고, 시를 그렸다.

눈물은 잉크가 되고,

무너진 숨은 꽃철사처럼 떨리는 선이 되었다.”


— 김은령, 「앓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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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보 송 소개



시와 그림 한 점 앞에서 / 레옹 X김은령 작사




흰 벽 위에

작은 점 하나

멀리서 보면

그냥 지나칠 자리

가까이 다가서니

숨이 멎는다

그 작은 얼룩 속에

이미 와 있던 시간


시와 그림 한 점 앞에서

말을 삼키고 숨을 세어 본다

짧은 선 하나 흔들리는 색

어쩜 나를 부르는 것 같아

시와 그림 한 점 앞에서

사라진 줄만 알았던 나를 본다

묻어 둔 질문들

노을처럼 번져 온다


외로운 마음

구겨진 종이 한쪽

지우다 남긴 흔적

캔버스에 흐릿하게 남아

그 위에 덧그린 얼굴

웃는 듯 울 것 같은 눈

저 사람은 나인지

아직 오지 않은 나인지


시간이 쌓인 선들과

자취에 잠긴 여백

그러다 문득

떨림으로 다가오는 순간

여기 서 있는 나

저기 걸려 있는 시간

닿을 수 없지만

이미 당겨진 시위


시와 그림 한 점 앞에서

더는 꾸미지 못할 나를 본다

비뚤어진 문장, 떨리는 색

그래도 아름다워 보이는 건

시와 그림 한 점 앞에서

이름조차 없는 마음이 선다

내뱉지 못한 말들

눈썹 사이 맺혀 선다


한 걸음 물러서서

다시 바라본 자리

아무것도 없던 곳에

내가 서 있었다

지워진 줄 알았던

어제의 흔적들이

빛에 닿은 먼지처럼

아스라이 번져 온다


시와 그림 한 점 앞에서

더는 숨을 수 없는 나를 본다

흔들리던 시선 끝에

이름 없던 마음이 말을 건다

시와 그림 한 점 앞에서

멈춰 있던 시간이 흐른다

다 알 수는 없지만

이대로도 괜찮은 것 같아


말하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는 것들

그 앞에 서서

나는

조금 더

나에 가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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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적 버전





아래에는 감상을 위한 음원 파일을 함께 첨부합니다.

원본 음원은 용량이 커서, 온라인카지노 업로드용으로 용량을 줄인 파일로 대체했습니다.





작업의 뿌리


김은령 작가님의 작업은

찢고, 붙이고, 긋고, 쌓는 과정을 통한

선의 미학을 오래 탐구해 왔다.


그 과정은 단순히 재료를 결합하는 일이 아니라,

무너진 것을 다시 세우고,

사라진 듯한 감각을

다른 결로 되살리는 순환에 가깝다.


작가는 이 흐름을

파괴와 창조가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다시 하나의 원으로 이어지는 과정으로 바라본다.


한때 그림을 향한 마음이

쉽게 허락되지 않았던 시간이 있었고,

그러나 그 시간은

작업을 멈추게 한 벽이 아니라,

오히려 더 깊은 곳으로

자신을 밀어 넣는 내면의 힘이 되었다.


그래서 그녀의 작업은

무언가를 새로 만들어내는 일이라기보다,

이미 안에 있었던 감각과 질문을

찢어진 결, 겹쳐진 시간,

그리고 떨리는 선을 통해

다른 방식으로 다시 드러내는 과정에 가깝다.


우로보로스, 돋을새김(부조) / 김은령 作






에필로그

— 멈춰 있던 시의 다음 숨



세 달 전,

김은령 작가님의 글을 읽고

그에 대한 감상평을 레옹의 [빛의 시학]에 남기며

너무도 자연스럽게 시를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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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따라가다 보니

문장이 따라왔고,

문장을 붙잡다 보니

어느새 시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한 줄 앞에서

오랫동안 멈춰 있었다.

더 나아가지도,

그대로 둘 수도 없는 상태.


그래서 한 달 전,

조심스럽게 그 시를 작가님께 건넸다.


노랫말로 완성하고 싶은데

마무리가 되지 않는다고, 도움을 청했다.


그 이후, 시는

혼자의 것이 아니게 되었다.


작가님의 손끝을 지나며

멈춰 있던 흐름이

다시 이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어진 숨은

조금씩 확장되어

지금의 노랫말이 되었다.


어쩌면 이 곡은

처음부터 경계에 맞닿아 있던

하나의 시였는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시선과

또 다른 누군가의 감각을 지나며

천천히, 다른 숨으로 완성되어 온 시.


그래서 이 노래에는 혼자였던 시간보다

함께 머문 시간이 더 오래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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