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대(NYU)에서 영어교육을 주제로 미디어 디자인을 그리고 뉴욕 스타트업에서 3+1년간 일하며 얻은 경험을 실전에 적용하기 위해 한국으로 귀국했습니다.
지난 5년간 4권의 바카라을 출판하며 떠올렸던 감정, 그리고 대치동에서 프로젝트 중심의 영어 학원을 운영하고 가르치며 알게 된 현장과 이론의 차이, 그렇게 일상을 통해 배운 내용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성인 학습자를 위한 강의와 영어 공부 방법은 유튜브 채널과 블로그를 통해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김도현 뉴미디어 영어"로 검색해주세요.
이 글은 12분 정도 길이로 구성되어 있으며, 아이폰에 최적화 되었습니다.
오늘은 특별히 논란이 될 만한 주제,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면 고급자가 될까?"에 대한 얘기를 드리려고 합니다.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영어 공부를 적게 해서 자신이 영어를 못한다고 믿습니다. 즉, 영어 공부 양이 부족해서(전혀 안 하는 사람 제외), 원서를 못 읽고, 영화도 자막 없이 못 본다고 생각하죠.
그러나 제 생각엔 한국사람들은 영어 공부를 너무 많이 해서 영어를 못하는 겁니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영어로 놀지 않고 공부만 하면 영어를 잘할 수 없습니다. 보통은 놀지 않아서 영어를 못한다는 생각은 잘 안 할 겁니다. 논다고 하면 한국에서는 그 가치를 낮게 보니까요.
그러나 놀이 자체가 배움의 큰 부분이며 이것이 없다면 언어에서 문화적인 이해도 감정 전달도 할 수 없게 됩니다.
감히 이러한 주장을 하게 된 이유는 NYU 유학 시절 인지과학을 배우며 알게 된 내용 때문입니다. 바로, "언어로 언어를 다 설명할 수 없다"는 거였죠. 영어 학습에 있어서 제 생각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 줬습니다.
저는 그전까지 영어를 열심히 공부하면 잘하게 될 줄 알았습니다. 언어 적인 정보를 최대한 입력하기 위해 단어 뜻을 외우고, 문장을 쓰고, 말하기 연습을 했죠. 그러면 고수가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잘 못된 생각이었죠.
인지과학에선 언어적인 정보(linguistic information)가 아니라 감정, 표정, 맛과 같은 "비언어적인 정보"(non-linguistic information)를 통해 주로 의사소통을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 비중은 대략 "언어 30% + 비언어 70%"로 비언어적인 정보의 비중이 훨씬 더 크죠.
특히, 비언어적인 정보는 언어적인 정보인 글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서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 사람이 주로 영어를 공부로만 하다보니 언어적인 정보는 충분하지만 영어로 놀지는 않기 때문에 경험을 통한 비언어적인 정보는 부족한 상태가 되죠.
즉, 감정이나 표정이 없는 상태로 남게 되어 언어의 맛, 색상, 표정을 담는 고급자로 가지 못하고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 겁니다.
비언어적인 정보 70%가 채워지지 않으면 영어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도는 낮아져 원서를 읽을 때 각 단어의 뜻은 다 아는데, 정작 읽고 나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되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동 + 공부"를 조합 해서 학습을 디자인해야 합니다.
“활동과 공부의 조합”이라는 주제를 더 자세히 설명드리면, 주로 스펠링을 외우고 문법을 배우는 등의 공부는 "액티브 러닝(active learning)"이라고 합니다.
영어에서 정확도(accuracy)를 올리는데 도움을 주는 활동이죠. 단지, 뇌의 집중력을 많이 소모시키기 때문에 오랜 시간 할 수 없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대로 주로 영화를 보고 팝송을 듣는 영어 노출 활동은 "인액티브 러닝(inactive learning)"이라고 합니다. 영어 놀이와 같은 활동은 뇌에 큰 부담을 주지 않아서 장시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이미 배운 단어나 표현이 콘텐츠를 통해 자연스럽게 반복 노출되는데 도움을 줍니다. 이는 영어에서 유창성(fluency)을 높이는데 효과적이죠.
특히 배운 내용을 다양한 배경(context)에서 복습하게 되며, 멀티미디어 자료를 통해 단어나 표현에 대한 비언어적인 정보를 채워줍니다.
예를 들어, 영어로 슬픈 노래를 부를 때의 가사 내용에 대한 표정, 억양, 분위기는 글자로 설명 못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뮤직 비디오로 보면 가수 얼굴, 표정, 분위기 멜로디를 정확히 알 수 있죠. 느껴지는 거라 문자로 설명하기 힘들지만 경험을 통해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저에게 큰 그림에서 언어를 배운다는 건 "active + inactive learning"을 조합해 "언어 + 비언어적인 정보"를 균형 있게 습득하는 과정입니다.
이렇게 두 가지 다른 종류의 활동을 통해 "언어 + 비언어 정보"를 연결해 입력하는 걸 "입체적인 입력"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입력하는 이유는 입체적으로 입력해야 출력할 때도 입체적으로 나오기 때문이죠.
이는 언어 습득 이론에서 자주 거론되는 내용입니다(Chappelle, 1997). 쉽게 말하면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건데요.
예전에 종이 바카라으로 배워서 종이 시험지에 쓸 때는 단편적인 입력, 즉 영어 단어 - 한국어 뜻만 외워도 문제를 풀 수 있었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영어 발음과 비슷한 한국어 단어를 억지로 연결해 기억하거나 해석했죠.
그러나 이는 실제 세상에서 토익 만점자가 영어도 말 한마디 못하고, 원서도 한 권 제대로 읽지 못하는 문제를 발생시켰습니다. 영어를 배우는 원래 목적이 상실된 거죠.
마지막으로 영어를 대하는 태도에 대한 저의 개인적인 의견을 공유하면서 글을 마치겠습니다. 한국에선 공부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는 오래된 거짓을 아직도 진실로 믿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영어도 공부로 정복하려고 들죠.
문법 공부를 생각해 보죠. 문법을 최고 단계까지 공부해서 문법적으로 완벽한 문장을 만들면 의미도 맞을까요? 반대로 문법이 틀리면 전달되는 의미는 틀린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맥도널드 광고에 나오는, “I'm Loving It”은 문법 적으로 틀인 문장이죠. 우리는 love 같은 감정에 대한 단어는 -ing형태로 쓰지 않는다고 배웁니다. 맥도널드에서 그걸 몰랐을 리 없죠. 일부러 문법을 틀려 'love'가 주는 느낌을 -ing형태로 강조해 버린 겁니다. 언어를 가지고 논거죠.
문법은 틀렸는데 맥 도널드의 "너무 좋아!"라는 의미는 오히려 더 잘 전달됩니다.
다른 예로 Steve Jobs의, "Think Different"도 문법 적으론 틀렸죠. "Think Differently"라고 해야 맞지만 스티브 잡스는 어감이 마음에 안 든다고 문법적 오류를 감수하고 "Think Different"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