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에도 유통기한이 있을까

by육아빠휴게실


먼저 전화해야 하는 사람은 정해져 있을까



며칠 동안 친구에게 전화를 하지 못했다. 일부러 피한 것은 아니었다. 나도 요즘 정신없이 지내고 있었고, 해야 할 일이 쌓여 하루를 보내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여유가 없었다. 전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몇 번이나 했지만,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나면서 그렇게 며칠이 흘렀다.

그러다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반가운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는데, 생각보다 친구의 목소리가 무거웠다. 이야기를 나누다 친구가 말했다.

“내가 먼저 전화해야 하는 거야?”
순간 마음이 조금 불편해졌다.

나도 연락을 못 한 것은 미안했다. 하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내가 하지 못한 전화 한 통이 관계의 기준처럼 느껴졌다. 누가 먼저 연락했는지, 누가 더 자주 연락했는지, 누가 관계를 더 신경 쓰고 있는지를 따지는 것처럼 들렸다.

그날 나도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고, 여러 가지 생각이 겹쳐 하루하루를 버티듯 보내고 있었는데 친구의 그 한마디가 이상하게 크게 들어왔다.

결국 나도 강하게 말했다.

“그러면 그만 연락해.”

말을 내뱉고 나서 나도 순간 당황했다. 그렇게까지 말할 생각은 없었는데 마음속에 쌓여 있던 피로와 서운함이 한꺼번에 튀어나왔다.

친구도 잠시 말을 멈췄다.
그 뒤로 통화는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전화를 끊고 나서 한참 동안 생각했다. 친구가 서운할 수도 있었다. 며칠 동안 연락이 없었으니 내가 자신을 소홀하게 생각한다고 느꼈을 수도 있다. 나 역시 친구가 서운한 마음을 이야기하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관계가 힘들어지는 순간은 서운함을 말하는 것보다, 그 서운함이 관계의 의무가 될 때인지도 모른다.

친구니까 먼저 연락해야 하고,
친구니까 자주 만나야 하고,
친구니까 내 마음을 알아줘야 한다는 생각이 하나씩 쌓이면 어느 순간 관계가 편안함보다 부담에 가까워진다.

나는 친구에게 연락하지 못한 며칠이 미안했던 것이지, 친구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가끔 연락의 횟수로 마음의 크기를 확인하려 한다.

누가 먼저 전화했는지,
누가 먼저 만나자고 했는지,
누가 더 자주 연락했는지를 세다 보면 어느 순간 친구가 사람이라기보다 관계의 점수를 맞춰야 하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그날 내가 너무 강하게 말한 것은 분명 아쉬웠다.

하지만 그 일을 겪고 나니 관계에 대해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됐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서로에게 조금씩 여유를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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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며 배움을 만났습니다. 함께 흔들리고, 함께 자라며, 아빠의 마음을 기록합니다. 이제 작가로서 첫발을 내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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