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솔로 32기 출연자, 방영 소감

나는 SOLO

byTERU

『나는 SOLO』가 이 여타의 연애리얼리티 프로그램보다 가장 현실적이라는 의견은 현실처럼 지질한 연애의 민낯을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인간군상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라 시청하면서도 제 자신을 되돌아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럼 나는 솔로 32기 출연자와 방영소감을 짤막하게 써보겠다.

영수 – 본인 생각이 옳으면 꼭 말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미라서 "자기 자식 키우는 게 힘든가" "아이에게 아저씨일 뿐이다" 같은 실언도 원론적으로 따져보면 문제가 없지만, 그 분위기, 맥락을 무시하기 때문에 사단이 터진다. 남눈치 안 보는 '강강약약' 성향이라 친구들에게 `또라이'로 불리는 것 같다. 주변 동향을 알아차리고는 ‘아차차’하며 실수를 바로 인정한다. 즉 사고가 유연해서 꼰대짓은 안 하는 동네 바보(?) 형이다.


키, 외모, 스펙에서 꿇리지 않아서 여심을 얻는 구애에 상당히 서툴다. 본인이 적극적이지 않아도 본인을 사양하는 여자를 못 만나봤을 테니까 말이다. 이런 경험이 쌓여와서, 연애스킬이 전무하나 슬롯적 지능은 높다. 옥순, 광수, 영식의 조언을 수용해서 빠르게 '조건부 직진' 전략을 수정했다. 그러나 제 버릇 못 고쳤는지 정숙이 들이댔음을 굳이 순자에게 말해서 순자가 차선바카라인 것처럼 말하는 실수를 되풀이했다.


영호 – 본인 말마따나 연애 경험이 적은 초보티가 많이 났다. 호감이 있던 정숙에게 자신감 있게 대하지 못하고, 올드한 데이트 방식으로 접근한 게 아쉬웠다. 전략을 곧바로 수정해서 정희에게 남자친구가 아닌 '아빠'로 신뢰와 안정감을 어필해서 성공했다.


사전인터뷰에서 22기 정희, 28기 정희를 이상형으로 언급했는데, 여기서도 정희랑 잘 되었다. 정숙·순자와의 데이트에서 쌓은 우직하고 착한 이미지가 정희에게도 전해져서 두 사람의 관계는 꽃을 피웠다.


영식 – 정숙과 영숙, 순자가 그 나이대 남자에게 대하는 어른스러움에 반했다. 도대체 왜 인기가 있는지 시청자들이 헷갈릴 정도로 세련된 화술이 티가 안 나고 자연스럽다. 솔로나라에서 자주 범하는 실수, 간보기를 하지 않는다. 영숙을 선택하자 바로 순자에게 통보하고 순자가 다른 출연자를 알아볼 수 있게 배려했다. 또 영숙에게 선물을 줘서 마음의 빚을 안겨서 영수에게 미련이 남지 않게 사전에 방지했다.


능수능란한 처세술은 직업적으로 훈련된 것으로 보인다. '여심(女心)'를 잘 아는 편은 아니라서 굳이 안 해도 될 '이상형` 발언을 해서 영숙은 기분을 상하게 하고 말았다. 이런 서툰 연애기술이 모솔에 가까운 영숙에게 호감을 샀다. 여자관계에 무심한 태도도 바람끼 없는 남자로 인식되는데 도움이 되었고 말이다.


영철 – 방송에서 보이는 모습은 '꽝'인데, 실제로는 괜찮은 사람 같다. 그렇게 추측한 근거는 자녀들의 편지 때문이다. 또 12년 동안 체육관을 같은 장소에서 유지하는 걸 봤을 때는 주위 평판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문제는 공개적으로 영자를 언급하고 주사를 부린 첫인상이 모든 출연자에게 호불호가 갈렸다는 점이다. 첫사랑이랑 결혼했고, 사별하고 8년간 혼자 지냈다고 하니 '여자'를 모르는 모솔에 가까울 것이다.


그리고 말이 어눌하고 어휘가 한정적이다. 솔직담백한 영숙이랑은 대화가 통하지만, 여성어를 여성적으로 말하는 영자랑은 의사소통이 불가하다. 사별하고 나서 자신을 씩씩하다고 허세를 잔뜩 부리며 주변 사람(장인 장모)한데 안심시키는 버릇을 여기 솔로나라에서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온 것도 실바카라이다.


영철 본인도 재혼 가정에서 큰 사람이라 상처를 보듬는데 특화된 '힐러(Healer)'다. 아웃사이더 영철을 챙기는 모습, 경수랑 급속도록 친해지는 것을 봤을 때는 호인이다. 아직 아무 사이도 아닌 영자가 징징거려도 자기 기분이 상하지만, 어떻게든 풀어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지 않았든가? 그 점이 영자보다 영철이 어른스럽다는 점이다. 영자에겐 안 보이겠지만, 영철이 바라보는 여성관은 `헌신'이다. 어머니, 여동생, 장모님, 딸, 그리고 세상을 떠난 전처까지 그를 성심성의껏 챙겨줬다. 헌신과는 거리가 먼 파트너를 만난 것이 영철 본인의 단점과 맞물리면서 빌런이 된 안타까운 경우다.


광수 – 배울 점이 많은 인격자, 상철의 도발에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모습에 반했다. 아버지에게 반항하며 조종사를 꿈꾸다 좌절했으나 아버지의 뒤를 잇는 가족 서사에서 이 사람의 멘탈이 튼튼한 이유를 알겠고, 봉사활동을 꾸준히 한다는 것에서 바카라임감이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전처를 끝까지 감싸주며 모든 허물을 자신에게 돌리는 대인배적인 풍모도 좋았다.


상철 – 옥순을 만나 '빌런'으로 각성한 케이스라고 변명하기엔 모순점이 많다. 자기중심적 세계관을 갖고 있고, 1인칭 시점으로 무시하냐 안 하냐로만 상대를 평가하기에 오해가 쌓이기 쉽다. 자기가 한 행동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니까 억울함이 점점 쌓이면서 인정욕구가 폭발하고 자기를 더 포장하려다가 자기 기분대로 기억을 왜곡시키며 앞뒤 말이 달라진다. 거짓말이 늘어나고 (타인의 고통을 볼 수 없으니까) 타인을 깎아내리는 식으로 자기를 방어하고 그 과정에서 신뢰도가 하락하며 무리에서 배척당한다. 피드백 없이 본인만의 세상에 갇힌 게 된다. 이런 성향을 잘 보여주는게 옥순과 헤어지고 멘붕에 빠져 남자 출연자와도 거리를 두고 혼자서 분을 삭혔다. 그 바람에 카메라에서 그의 얼굴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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